거세지는 유럽의 미국 문화 '침공'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 대한 유럽의 '침공'이 거세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 초콜렛, 잡지, TV 방송등 모든 종류의 문화산업에서 유럽산이 미국 대륙을 점령해 가고 있다.

미국 문화의 영토에 처음 깃발을 꽂은 것은 영국 잡지들. 영국에서 만든 유럽취향의 남성 패션 및 생활잡지인 맥심(Maxim)이나 FHM은 이미 보더스(Borders)나 반즈 앤 노블(Barns and Noble)등 미국 전역에 뻗어있는 대형서점망의 잡지 코너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잡지와 함께 미국인들 사이를 파고드는 것은 TV 프로그램.

이미 오랜 역사를 통해 잘 알려진 영국방송 BBC 아메리카는 논외로 하더라도 스웨덴의 'Survivor'나 네덜란드의 'Big Brother'등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나 음반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60년대 비틀스, 롤링 스톤스로 시작돼 에릭 클랩턴, 레드 제플린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브리티시 락의 영향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백스트리트 보이스나 'N 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등은 비록 미국에서 태어난 순수한 미국산이지만 이들의 입술을 통해 나오는 노래는 또 유럽산이다.

이들 세 뮤지션들의 히트곡 대부분은 스웨덴 출신의 맥스 마틴이 작곡, 제작한 것이다.

또 'Blue(Da Ba Dee)'를 히트시킨 이탈리아의 '에펠 65'와 'It Feels So Good'으로 유명한 영국의 댄스 디바 'Sonique'를 떠올리면 유럽 대중음악이 미국에서 누리고 있는 지위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와함께 영화에서도 영국 출신의 샘 멘데스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는등 유럽출신이 강력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허쉬로 상징되는 초콜렛시장마저 미국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스위스의 초콜렛 토블론(Toblerone)이 올해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 시장에 진출, 유명한 '파리, 밀라노, 샹모리츠'의 광고문구로 미국인의 입맛을 당기고 있다.

이밖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의류점인 스웨덴의 H&M도 이번 봄 미국에 상륙, 뉴욕시를 강타하고 있다.

헐리우드로 대변되는 강력한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와 각종 문화산업이 이같이 유럽산에 영향받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유는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제호황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높아진 소득수준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쉬워져 젊은 세대들도 유럽을 이전보다 자주 드나들 수 있게 돼 유럽 문화상품의 수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스 인텔리전스의 바바라 쿨론은 "파리로 가는 주말 왕복 비행요금이 2백달러에 불과해 젊은 세대들이 쉴새없이 물건들을 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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