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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간통’에 대한 확증이 없더라도 재판상 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 개념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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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희 변호사

최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직권으로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 사회적으로 간통죄의 존폐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된 듯 하다.

 가사전문변호사인 필자는 어떤 입장에 있을까. 수많은 의뢰인들을 위해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하고, 때론 그 배우자 일방 및 상간자를 간통죄로 고소하며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청구 소송까지 수행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간통죄의 존치가 ‘증거확보’ 차원에서 참으로 중요하다.

가령 간통을 저지르는 현장을 급습할 경우 ‘간통죄’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동행 혹은 이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혼사유 중 ‘부정한 행위’에 대한 증거를 한결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필자는 업무상 ‘간통죄’가 이혼 및 위자료 청구를 위한 ‘증거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지되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나 위와 같은 ‘업무상 편의’를 제외하고는 ‘간통죄’라는 죄명만 존재할 뿐 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실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므로 굳이 간통죄를 존치시킬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더구나 최근 법원은 계속해 굳이 ‘간통’에까지 이르지 않았거나 간통행위가 있었다는 확증이 없더라도,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지속적인 교제관계를 맺어 왔다면 이는 정조의무를 위반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혼 및 위자료 청구를 모두 인정해주는 등 금전적으로나마 간통죄에 대한 처벌을 대신해주고 있다.

 즉, 법원은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한방에서 밤을 지낸 경우 혹은 이성과 입을 맞추는 등 심한 스킨쉽을 한 경우, 사창가에 드나든 경우는 물론 ‘당신 사랑해’, ‘여보 잘자요’ 등과 같이 불륜이 의심되는 은밀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경우에도 이를 모두 법률상 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를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아가 부정행위의 상대방 역시 단순한 교제관계를 맺었을 뿐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혼인관계 파탄의 한 요인이 되었다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간통죄’가 폐지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 하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역시 그 추세에 따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법원은 그에 대한 반작용이라도 되는 듯 갈수록 간통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부정한 행위의 여부를 판단하고,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일체의 행위를 부정한 행위라 보아 이혼 및 위자료 청구에 적극 응하고 있으니 이 역시 참 환영할만한 일이다.

유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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