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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다승왕 경쟁 점입가경

중앙일보

입력

투수 타이틀의 꽃인 다승왕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보통 시즌의 3분의 1이상을 소화하고 나면 어느정도 선두 그룹이 형성되고 2~3명의 싸움으로 압축되기 마련인데 올해의 양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각팀의 내노라 하는 에이스들 보다는 신예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용병 투수들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다승 부문의 경쟁 구도를 분석해 보자.

-공동 선두 그룹-

두산의 용병 파머는 시즌전에 이미 주목받던 선수로 시즌초에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7연승을 달리며 다승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5일 현대와의 경기에서 패전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빠른 직구와 좋은 변화구에다 제구력도 괜찮은 편이어서 두산에서는 유일하게 믿을 만한 선발 투수로 자리잡고 있다. 박명환과 이경필, 조계현등이 빠진 두산 투수진의 희망이다.

정민태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 투수라고 볼 수 있다. 정민태도 7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도 역시 지난 24일 두산전에서 승리를 얻지 못해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정민태는 시드니 올림픽 기간 동안에 대표 선수로 차출될 것이 확실하여 상대적으로 경쟁 선수들보다 불리하다. 그러나 현대의 상승 분위기에 편승하고, 자기 컨디션을 잘 조절만 한다면 연승을 노릴 수 있고, 2년 연속 다승왕에 도전해 볼 만하다.

박장희와 김진웅은 약간 의외의 인물들이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진웅은 경험 부족과 단조로운 구질 때문에 그다지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올해는 한층 성숙된 경기 운영과 제구력의 안정으로 무너진 삼성 선발진의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현대의 잠수함 투수 박장희 역시 2년생 징크스가 무색할 정도로 작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펼치는 박장희의 전천후 투구는 무엇보다도 팀에 기여도가 높다는 것이 다른 선발로만 등판하는 투수들보다 강점이다. 또한 7연승을 달리고 있는 박장희는 7승 투수중에 유일하게 패전을 기록하고 있지 않아서 승률 타이틀까지 노리고 있는 입장이다.

-2위권 그룹-

두산의 파머, LG의 해리거와 함께 용병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롯데의 기론은 작년 후반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제는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하였다. 작년에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기론은 주형광의 부진과 문동환의 더딘 회복세에 흔들리고 있는 롯데 마운드를 거의 혼자 책임지고 있다.

그다지 공이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제구력과 변화구 솜씨로 타자들을 공략하고 있는 기론은 6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2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패전을 기록할 뻔 했으나 노게임으로 취소되면서 패전을 기록하지 않아 앞으로 행운이 어떻게 따라줄 지가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지난해 보였던 약간의 부진을 씻고 호투하고 있는 김수경도 6승으로 공동 5위를 형성하고 있는데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부활로 정민태, 박장희등과 함께 팀내에서 다승 경쟁을 하고 있고, 탈삼진 부문에서도 64개로 LG 장문석과 함께 공동 선두를 형성하면서 정민태를 2개차로 따돌리고 있다. 탈삼진 타이틀과 다승 타이틀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이외에 5승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의 조규수, SK의 이승호, 두산의 이혜천, LG의 해리거와 장문석, 해태의 최상덕 등도 몇번의 연승을 거둔다면 곧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불을 뿜고 있다.

특히 새내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규수와 이승호는 시즌 초반 매우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지난 몇경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과연 두 신인이 앞으로 얼마만큼 활약해 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LG의 깜짝 에이스 장문석은 LG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르면서 다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최근에 부진한 해리거도 워낙 근성이 있는 선수라 시즌 후반까지 다승 부문에서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간 계투인 이혜천은 두산의 가운데를 막강하게 지켜줘 진필중이 버티고 있는 마무리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고 있다.

가장 막강한 두산의 중간 계투진의 선봉격인 이혜천은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 덕택에(?) 의외로 역전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홀드 타이틀에도 도전하고 있는 이혜천 역시 다승 부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쟁자이다.

해태의 최상덕은 28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해태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상대적으로 약한 팀전력 때문에 경쟁에서 불리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시즌 막판까지 좋은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상 살펴본 선수들외에도 한화의 송진우, 롯데의 손민한, 삼성의 노장진등도 언제든지 다승 경쟁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어서 어느해보다 올시즌 다승 부문 타이틀 경쟁은 뜨겁다. 올스타전을 전후한 한여름 더위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겸비하고 있는 투수가 다승왕 타이틀을 움켜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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