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프로젝트 막바지…완전해독은 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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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놈프로젝트(유전자 해독작업)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유전자에 대한 해독작업이 완료될 경우 의학, 인종, 법률,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미 그러한 영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의 리처드 영은 지놈 프로젝트에 대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혁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는 흔히 인간 유전자의 암호를 해독하는 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수준에서 실제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암호 해독을 위해 인간 지놈을 컴퓨터 데이터에 입력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현재까지 인간 지놈에 대해 확보한 연구성과는 결함과 결점이 전혀 없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 지놈을 충분히 분석,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초안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최근 인간 지놈프로젝트의 초안이 내달 중순께 완성,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어느 누구도 인간 지놈을 분석,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인간 지놈이 아직은 과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고고학자들이 신비한 고대 문자가 새겨진 석판을 막 발견한 수준과 비슷하다.

인간 유전자의 작동방식, 기능 등과 관련한 유전자 해독작업은 아직까지 21세기의 과제로 남아있다.

뉴욕 소재 슬론-케터링 암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해럴드 바머스 전NIH 원장은 "인간 지놈을 이해하려면 아마도 10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간을 구성하고 작동하는 방식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하다. 인간 지놈은 DNA라고 불리는 사다리 모양의 분자들로 구성돼 있다. 사다리의 각각의 단계(가로대)는 서로 얽혀있는 한 쌍의 화학물질로 구성돼있다.

만약 서로 얽혀있는 화학물질의 한 쪽 절반이 아데닌(A) 합성물이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티민(T) 합성물이다. 마찬가지로 한 쪽이 구아닌(G)이라면 다른 한 쪽은 시토신(C)이다.

이에 따라 생물학자들은 DNA의 분자구조를 항상 이들 4개 화학물의 기호를 따 A,C, G, T로 단순하게 조합하고 있는데 인간 유전자 코드를 전부 묘사하려면 대도시 200개의 전화번호부를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인 30억개의 기호가 필요하다.

유전자가 인간의 생명을 표현해주는 악보에 비유될 수 있다면 단백질은 음정이라 할 수 있다. 악보가 음악가들이 연주해야 할 음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유전자는 단백질이 해야 할 일을 묘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백질은 인간의 신경 구성, 소화작용, 기억저장, 노폐물 처리 등의 기능을 하게 되며 심지어 세포의 사망시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유전자와 단백질의 상호작용 방식, 단백질의 기능 방식 등을 명확히 할 때 인간 유전자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분야는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전학자 로버트 워터스톤은 "단백질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지만 단백질의 실제 기능과 모양은 물론 단백질이 무엇과 상호작용을 하는 지 여부는 여전한 숙제"라면서 "단백질내에 무슨 세포가 내재하며 어떤 질병이 모양을 바꿔 단백질에 들어온 뒤 암으로 변하고 당뇨병으로 발전하는지를 밝히는 것 등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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