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재계 강타…위기감 팽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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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상선의 유동성 문제로 불거진 현대사태가 재계를 강타했다.

투신권 구조조정, 새한의 워크아웃 신청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각 기업들이 가뜩이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려있던 터에 재계의 `맏형'격인 현대가 이 지경으로 몰리자 각 대기업이 자신들도 한 순간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대량 발행한 회사채 등의 만기가 속속 도래해 기업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계는 투신권 등 금융권 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현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최근의 시장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보고 있다.

▲현대사태에 대한 반응 = 현대 문제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일단 `충격'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현대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기는 했지만 실제로 문제가 불거지자 국내 최대 기업인 현대의 몸집으로 볼 때 그 파괴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이번 사태가 실물경제의 건실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시장의 소문에 의한 `심리적 위기론'에 의해 표면화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기업 재무구조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L그룹 관계자는 "현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재계 전체적으로 자금문제에 관한 위기감이 팽배해졌다"며 "소문이 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자생력을 갖춘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현재 현대의 자구계획을 놓고 정부.금융권과 현대간에 전개되는 수습방안의 진척상황이 향후 시장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동성확보 위한 몸사리기= 각 기업들에게 현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동성 확보, 즉 `현금 확보'이다.

주식시장 침체로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이미 물건너간 상태인데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현시점에서 유동성 확보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 때문에 자금사정이 양호한 일부 기업을 빼고는 불요불급한 투자를 제외한 신규 설비투자 등을 연기 또는 축소하고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6백억원대의 강남 소재 빌딩을 매물로 내놓은것을 비롯해 대우건설도 용인의 아파트 용지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그룹 관계자는 "연초에 보수적으로 투자계획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아직은 문제가 없으나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투자계획을 연기또는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대사태 해법은= 재계는 이번 현대사태를 포함한 최근 경제위기론의 근본적인 문제가 실물경제는 괜찮은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에서 촉발됐다는데 있다고 보고 있다.

투신권 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자산 건전성 규제에 묶여있는 금융권이 몸을 사리며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이 참에 자금사정이 위태위태한 한계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걸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가시적 조치가실제 실행에 옮겨져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현대 문제 역시 당장 현대측과 채권단이 밝힌 자구책이라도 일단 실행에 들어가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문제는 실물경제는 좋은 상황에서 금융경색이 일어나는 것인데 이는 구조조정에 관한 정부 또는 기업의 방침이 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데서 기인한다"며 "금융권 구조조정 및 현대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실상을 투명하게 밝히고 수습방안을 계획대로 빨리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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