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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9년 만에 교과부 감사 받는 대교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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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성탁
사회부문 기자

“홈페이지에 소개된 업무는 모두 감사 대상입니다.”

 전국 201개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부터 3주간 종합감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6일, 기자가 “뭘 보려는 것이냐”고 묻자 교과부 직원이 답한 내용이다. 회계부터 행정까지 내시경처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대교협은 ‘감사 무풍지대(無風地帶)’였다. 교과부 산하기관은 3~5년마다 종합감사를 받는다. 대교협이 기관 감사를 받는 것은 9년 만이다. 지성의 상징인 총장 협의체이자 대학들이 운영을 위해 회비를 내는 대교협을 감사하는 배경이 궁금했다. 감사원이 3개월간 66개 대학을 감사해 총장들의 입이 나온 상황인데 말이다.

 교과부의 설명은 이랬다. “대교협은 성격이 특별해 감사를 자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각종 사업 예산도 많이 집행하고 있어 올 초 감사 계획을 세웠다.”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라 나랏돈을 쓰는 곳이니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대교협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교과부로부터 각종 사업을 넘겨받았다. 올해 입학사정관제 지원 예산 350억원도 대교협이 대학을 평가해 집행한다. 이 업무 운영비로만 10억원을 쓴다. 대학자율역량기반조성사업 15억원, 대학정보공시제운영 19억원 등 정부가 대교협에 대주는 돈이 연간 400억원이다. 그러니 감사를 받는 게 당연한 일이겠다.

 하지만 총장들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자율기구인 대교협을 관치(官治) 대상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율을 보장해주지 않은 채 교과부가 대입 업무라는 ‘선물’을 내놓자 대교협은 덥석 물었다. 정부 돈을 대학에 나눠주며 회원 대학에 갑(甲) 행세를 했다. ‘교과부 꼭두각시’ ‘정부 대행기관’이라는 말이 나온 연유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교수는 “대교협이 교과부 지시대로 움직이는 하수인이 돼버렸다”며 “실제 업무를 전담하는 대교협 사무총장도 교과부 입김에 따라 기용되지 않느냐”고 했다. 한 사립대 총장은 “교과부가 군기를 잡으려는 모양인데, 부끄럽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존재의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 간 협력과 교육의 질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정부에 건의해 정책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고하고….’ 1982년 창립 당시 내세운 설립 목적이다. 대학 자율을 갈구하던 대교협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김성탁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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