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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말문 튼 두 오너 경영인] 정몽헌 현대 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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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 때문에 좀처럼 접촉하기 어려운 오너 경영인 두사람을 만나 경영 현안과 고민을 들었다.

북한 고성항 부두 준공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정몽헌 현대 회장을 25일 금강산 관광선 봉래호 선상에서 두시간 가까이 만났다.

끊임없이 매각설이 나돈 한솔엠닷컴의 대표이사를 맡은 뒤 단 한차례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던 조동만 부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정몽헌(鄭夢憲.52) 현대 회장은 24일 밤 늦게까지 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최근의 경영권 분쟁과 형제간 우애, 현대투신 문제, 남북한 경제협력 등과 관련한 심경과 소신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현대투신 부실문제 해결이 사재출자로 잘 해결되리라고 보는지.

"(정부는)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대투신이 어려운 것은 왜 그런가? 다같이 풀어야 할 문제를 한 사람 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안된다. 나는 (현대투신과 관련)과거 경영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다. 그래도 내 일에 대해서는 사재출자로 책임졌다. 현대투신은 책임지고 정상화시킬 것이며 실패하면 (회장직에서)물러나겠다."

-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전자의 요즘 형편은 어떤가.

"반도체와 관련해 12인치 생산공장 착공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그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이다. 20억~30억달러를 투자하는 일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성장성이 큰 액정박막표시장치(LCD)와 통신.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

- 서해안공단 조성작업이 부지선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데.

"2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해주를 제안하자 신의주도 한번 보라고 했다. 金위원장은 '내가 얘기한 것은 제안일 뿐' 이라고 세번이나 말했다. 공단 설립도 사업성을 생각해야 하는 가격싸움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주로 밀겠다."

- 대북 사업가로서 볼 때 통일은 언제쯤 될 것으로 보나.

"장사꾼 입장에서 보면 5년 안에 북한이 현재 중국 수준으로 개방해 남북한이 함께 사업할 수 있는 '경제적 통일' 이 올 것으로 본다. 이 무렵이면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왕래도 가능할 것이다. 법률적.정치적인 통일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주영)명예회장의 방북은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6월말께 이뤄질 예정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

-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보인 정몽구 회장과는 요즘 어떤가.

"바로 위 몽우 형님과 네살 차인 데도 세대차가 있다. 그 위 형님들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48년생으로 52세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49년생이다. 그래서 몽구 형님과는 열한살 차이다. 몽구 형님은 의리가 강하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기 목적을 위해 참고 견뎌내는 몽준과 가장 친하고 존경한다. 몽준의 민주당 입당 문제는 신문보고 알았다. 명예회장과는 이야기했을 것이다."

- 최근 경영권 분쟁과 현대투신 문제 등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술로 달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가장 괴로운 때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다. 이럴 땐 친한 친구를 만나 회포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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