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민영화 대기업 제한 논란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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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민영화 민간 연구기획팀이 23일 내놓은 민영화 계획에는 한전 자회사에 대한 국내 재벌들의 지분 참여를 사실상 배제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외국인과의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조짐이다.

재계는 이번 한전 민영화 계획이 민간 연구팀의 용역 결과이긴 하지만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재벌 배제 방침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 아니냐며 우려와 불만을 나타냈다.

민영화 계획에는 `대기업의 경우 공정거래법상의 규제와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를 충족시킨 기업으로 지분 참여 자격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혁과 출자 총액 제한, 상호 지급 보증, 여신 한도등 정부의 재벌 정책과 연관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경우에 참여를 허용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일단 제한 규정을 두고 정부와 협의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고 있는 대상 재벌이 누구인지 또는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를 충족시켰는지 여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 것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연구팀의 설명에 근거하면 국내 주요 재벌들로서는 참여가 사실상 원천봉쇄되는 셈이며 요건이 웬만큼 충족되더라도 결국 정부의 재량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면서도 국내 재벌들을 배제하는건 시장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명백한 차별 정책"이라며 "국내기업 중에서도 재벌만을 예외로 하는 건 더욱 더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개혁 요구에 기업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전제, "국가 기간 산업인 전력 부문에서까지 재벌들이 차별받아야 하는 근거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제한을 받는 재벌 기업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애매한 상태이긴 하나 이같은 포괄적 제한 규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말했다.

또한 재벌들의 지분 참여 제한은 향후 한전 자회사 매각 전망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자산 규모가 3조-4조원에 이르는 자회사 매각에 대기업들을 배제하고 나면 조기에 과연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겠느냐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외국인에게도 자회사 5개중 2개까지만 경영권 참여가 가능, 전력시장의 지배적위치를 극도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자칫 주인없는 회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월적 시장 지배자가 나타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원천봉쇄한 건 여론과 국민 정서 등를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전력 시장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용.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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