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라디에이터〉가 〈배틀 필드〉 누르고 2주 연속 1위 차지!

중앙일보

입력

장대한 액션 서사시〈글라디에이터(The Gladiator)〉가 5월 12일부터 14일까지의 북미 주말흥행에서 2943개 극장에서 2,465만불의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리며 지난 주말에 이어 다시 1위를 차지하였다.

이번 주말에 개봉된 또다른 블록버스터 〈배틀 필드(Battle Field : Earth)〉는 이번 주말 최다상영관수인 3307개 극장에서 개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혹평 속에 상영관수가 300개 이상 작은〈글라디에이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55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는데 그쳐 2위에 머물렀다. 극장당 수입을 따질 때에도 〈글라디에이터〉가 8,374불인데 비하여 〈배틀 필드〉는 그 1/3 수준인 3,492불에 불과하였다.

〈글라디에이터〉가 개봉 10일동안 벌어들인 총수입은 벌써 7,361만불로써 이는 제작비인 1억 300만불의 2/3에 해당하는 액수여서, 미국내 배급권을 가진 드림웍스 측(미국외 해외배급권은 유니버설사가 가지고 있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 릴레이션의 대표인 폴 데저베리언은 이 영화가 주중에도 거의 매일 300만불씩 벌어들였다고 전하면서 "이는 정말 놀라운 흥행력이다. 이 흥행력의 근원은 바로 영화를 먼저 본 이들이 전하는 입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반면, 〈배틀 필드〉의 경우는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음으로써 이같은 흥행참패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한 잠수함 액션물 〈U-571〉은 다시 2위의 절반인 574만불의 수입으로 3위를 차지하였는데, 개봉 4주간 5,783만불을 벌어들여 조만간 제작비 6천만불을 미국내에서만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나란히 개봉 3주째인 시간여행 스릴러물 〈프리퀀시(Frequency)〉와 스필버그 제작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2(The Flinstones in Viva Rock Vegas)〉는 각각 493만불과 464만불의 수입으로 4위와 5위를 차지하였다.

〈배틀 필드〉와 함께 개봉한 신작들은 모두 그만그만한 수입을 올렸다. 댄싱 드라마 〈센터 스테이지(Center Stage)〉가 460만불의 수입으로 6위에 올랐고, 코미디물 〈스크류드(Screwed)〉는 334만불의 수입으로 8위를 기록하였다. 또한 688개의 제한된 극장에서 개봉한 〈헬드 업(Held Up)〉은 191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글라디에이터〉에 이어 올 여름의 두 번째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배틀 필드〉는 1000년 동안 지배 받아온 외계종족으로부터 지구를 탈환하기 위하여 벌이는 소수 인류의 모험을 다룬 제작비 8천만불짜리 초대형 SF 액션물이다. 블록버스터의 고유장르라 할 수 있는 SF물인데다가, 존 트라볼타라는 스타배우가 주연을 맡고 있고, L. 론 허버드의 베스트셀러 공상과학 소설을 영화화하였다는 점에서, 〈글라디에이터〉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입의 2위개봉은 흥행성공을 장담하고 있었던 워너 브러더즈측에게 무척 실망스러운 흥행성적이다. 하지만 워너의 배급대표인 댄 펠만은 "어쨌든 우리는 2위를 차지했고, 경쟁시장에서 이같은 순위를 차지하였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애써 담담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이 영화에 드리워진 첫 번째 먹구름은 개봉전 수개월동안 벌어졌던 '종교적'(!) 논란으로, 바로 공상과학을 종교처럼 숭배하는 '사이언톨로지'가 그 배경이었다. 영화의 원작자인 론 하버드가 바로 이 사이언톨로지 교회의 창시자인데다가 이 영화를 열정적으로 영화화한 트라볼타 역시 스스로 사이언톨로지의 교인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배틀 필드〉가 일종의 사이언톨로지 선교용 영화가 아닌가 하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 이에 트라볼타와 사이언톨로지의 LA 지부는 즉시 성명을 내고 "영화와 종교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또, 영화를 배급한 워너 브러더즈사의 배급대표인 짐 싸프 역시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실제로 이같은 논란이 흥행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종교적 논란 보다도 더 크게 흥행면에서 타격을 입힌 것은 바로 쏟아진 평론가들의 혹평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일부 매스컴에서 일찍이 95년도의 졸작 〈쇼걸〉이래 이만큼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은 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할 정도로 심한 혹평으로 일관되었다. 토론토 스타의 피터 하웰은 이 영화를 "뒤뚱거리는 기형 SF극."이라고 칭하며, "우리는 적어도 밤에 누워서 무슨 영화가 내년의 레지 영화제(오스카상 하루전에 발표되는 최악의 영화에 대한 영화제이다)에서 최악의 영화로 선정될까 하고 생각할 시간은 절약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USA 투데이의 앤디 사일러는 "정말로 바보같은 영화.(deeply dumb)"로 일축했고, 워싱턴 포스트의 리타 켐리는 "백만 마리의 원숭이에게 백만 개의 크레용을 쥐어주면 한 백만년쯤 후에는 〈배틀 필드〉같은 바보스러운 무엇인가를 만들지 않을까요?"라고 조소를 금치 못했다. 또, 나이트 리더 뉴스페이퍼의 르네 로드리게즈는 "마치 10톤짜리 칠면조와 같다."면서 "둔하고 잠이 쏟아지게 만드는 대졸작."이라고 혹평을 퍼부었고, 스크립스 하워드 뉴스 서비스의 사라 부어히스는 이 영화의 첫 30분간을 "내 생애 영화에서 본 30분중에 최악의 30분간."이라고 평하면서, "나머지도 그리 볼만한 것은 아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같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의 실패에 가장 가슴 아파할 이는 다름아니라 작품이 영화화되기까지 가장 공을 들였던 존 트라볼타이다. 허버드의 광적인 팬인 존 트라볼타는 82년 이 소설을 읽은 후부터 줄곧 이 소설의 영화화를 꿈꿔 왔지만, 특수촬영효과의 기술적 한계에 따라 보류하여 오다가 그가 주연한 히트 코메디 〈겟 쇼티〉의 촬영이 끝날 무렵 드디어 제작을 결심하였었다.

장대한 원작의 영화화를 성공적으로 이룰 감독을 물색하던 트라볼타와 그의 공동제작자 조나단 크레인(그는 트라볼타의 매니저이기도 하다)에게 'SF 영화의 황제' 죠지 루카스가 추천한 인물은 루카스의 오랜 파트너 로져 크리스챤이었다. 그는〈에일리언〉의 미술감독, 〈에피소드 1〉의 2팀 감독, 〈스타워즈〉의 장치감독 등 각가지 SF 대작들의 제작에 참여해 왔고, 10대판 다이하드물 〈마스터 마인드(Masterminds)〉와 〈노스트라다무스〉의 연출을 맡았던 인물이다.

때는 서기 3,000년. 지구는 황무지가 되고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이른다. 1,000년 전, 지구를 습격한 외계종족 사이클로는 9분만에 지구의 방어력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현재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인간 동물"로 불리워지며 사이클로를 위해 금광을 채취하는 노예로 연명하거나, 록키 산맥 깊숙한 곳에 숨어 원시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키가 3m에 달하는 사이클로족의 보안 사령관 테를(존 트라볼타)은 흉폭하면서도 교활하게 지구를 지배하는 한편, 스스로 은하계의 최고 정복자가 되려는 야망에 불탄다. 록키산맥에서 생활하다 사냥꾼에게 붙잡혀 온 쟈니 굿보이 타일러(배리 페퍼)를 본 테를은 그를 이용해 금괴를 빼돌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1000년전에 황폐화된 도시 덴버에서 미국 독립선언문을 읽은 타일러는 포트녹스(현재 미국의 연방 금괴저장고가 있다)에서 금괴를 훔치는 한편, 텍사스 공군기지로부터 해리어 전투기를 탈취하여 사이클로족에 의해 황폐화된 지구의 미래를 어둠에서 구해낼 반란의 계획을 세운다.

영화에서는 트라볼타 자신이 악한 외계종족 사이클로의 사령관을 직접 연기하였고, 〈고스트 독〉,〈스모크〉 등의 연기파 흑인배우 포레스트 휘테이커가 그의 부하역을 맡았다. 또, 〈라이언 일병구하기〉에서 백발백중의 명사수역으로 국내에 알려진 후, 최근 〈그린 마일〉에서도 톰 행크스의 착한 부하간수역을 맡아 얼굴이 익숙해진 배리 페퍼가 외계종족에 대한 반란을 계획하는 인류의 마지막 영웅 타일러를 연기하였고, 〈워터 월드〉의 킴 코츠와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리차드 타이슨 등이 공연하였다.

〈배틀 필드〉가 10대 소년들을 위한 SF 액션물이라면, 〈센터 스테이지(Center Stage)〉는 10대 소녀를 겨냥한 댄싱 드라마이다.

영화는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에 다니는 젊은 무용수들을 주인공으로, 뉴욕의 아메리칸 발레 극장의 중앙무대에서 프로댄서로 서기 위한 그들의 열정과 꿈을 다루었다. 평범한 10대소녀인 조디와 반항아 에바, 그리고 프리마돈나 모린은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같은 팀을 이루어 연습하게 되는데, 영화는 이들이 발레 아카데미에서의 1년동안 착한 청년 찰리, 게이 학생 에릭, 아웃사이더 댄서 쿠퍼 등 주위 사람들과 함께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아카데미의 모든 무용수들은 춤에 대한 열정으로 사생활을 포기한 채 꿈에도 그리던 중앙 무대로 진출하기만을 갈망하지만, 그들중 누군가는 낙오되고 누군가는 다른 꿈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이렇듯 80년도의 히트작 〈페임(Fame)〉(뉴욕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였었고 후에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방영되었었다)을 기본 포맷으로 하여 〈플래쉬 댄스〉와 〈더티 댄싱〉 등을 혼합한 듯한 이 영화의 연출은 〈크루서블〉, 〈죠지왕의 광기〉의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맡았고 〈엠파이어 레코드〉의 캐롤 하이키넨이 오리지날 각본을 담당하였다. 제작은 〈제리 맥과이어〉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아카데미 후보로 올랐던 로렌스 마크.

영화는 내용에 걸맞게 춤솜씨를 갖춘 10대 배우들을 기용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발레스타 에단 스티펠이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는 쿠퍼역으로 출연하였으며, 샌 프란시스코 발레단에 막 입단한 아만다 슐이 주인공 조디역으로 캐스팅되었다. 이들 외에 〈파이트 클럽〉과 TV물 〈도슨의 청춘일기〉의 이온 베일리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아메리칸 뷰티〉의 피터 갤러그가 '춤이 필요없는 역할'들인 의대생 애인과 발레 아카데미의 연출자로서 각각 출연하였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하여 찬반이 섞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USA 투데이의 수잔 우슬로지냐는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단정지은 반면,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플래쉬 댄스〉이후 최고의 댄스 무비."라는 호평을 보냈다. 이러한 극단적 반응사이에서,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의 놀란 리스는 "많은 점에서 이 영화는, 줄거리가 단지 노래와 노래를 이어주는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빈약한 구성의 뮤지컬 영화와 닮았고, 따라서 캐릭터들이 감정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그들이 춤을 시작하면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멋진 장면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영화의 장단점을 골고루 전하였다.

신작 코메디 〈스크류드(Screwed)〉는 〈에드우드〉, 〈맨 온 더 문〉, 〈래리 플린트〉의 각본을 공동으로 담당하였던 스캇 알렉산더와 래리 카라쥬스키의 공동 감독 데뷔작이다.

운전사인 윌라드 필모어는 말썽꾼 친구 러스티와 함께 그의 악독한 고용주인 미스 크락에게 복수할 수 있는 간단한 계획을 세운다. 이는 바로 그녀가 목숨처럼 아끼는 강아지를 납치(?)하여 그녀에게 몸값을 유괴하는 것. 하지만 그 강아지는 윌라드에게서 탈출하여 미스 크락에게 돌아가고, 그녀는 엉뚱하게도 운전사가 납치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리둥절한 상태의 윌라드는 청부업자인 그로버 클레버를 앞세운 그들의 추적을 따돌리려 하지만,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인기 TV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인기 코메디언 중 한명으로 최근 짐 캐리 주연의 〈맨 온 더 문〉에 출연하였던 놈 맥도날드가 주인공 윌라드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펼치고 명배우 겸 감독 대니 드비토가 그로버 역을 맡았으며, 데이브 차펠이 러스티로 출연하였다.

영화를 만든 유니버설사는 이 영화의 완성도에 자신이 없었던 지 평론가를 위한 시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졸작들을 내놓을 때 영화사들이 펼치는 궁여지책이다. 실제로 다음 주면 코메디광들의 기대작 〈로드 크립(Road Trip)〉이 개봉하게 되어 이 영화의 흥행은 더욱 급락할 전망이다.

또 다른 신작 코메디 〈헬드 업〉은 정말 재수없는 하루를 보내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는데,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드라마틱한 연기를 선보인 제이미 폭스가 이 영화를 통하여 코메디에도 재능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으며, 흑인 여성스타 니아 롱이 공연하고 있다. 폭스가 연기하는 시카고에서 온 마이클 도슨은 라스베가스에서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편, 이번 주말 제한개봉한 영화중에서 흥행성적이 단연 돋보인 영화는 에단 호크가 주연한 〈햄릿(Hamlet)〉으로서 뉴욕과 LA의 단 4개 극장에서 상영되어 무려 62,253불을 벌어들임으로써 극장당 수입으로 볼 때 15,000불 이상의 엄청난 수입을 기록하였다. 이 영화는 다음 주말 상영관 수를 늘이며 부분적으로 확대상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는,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마음의 고향(Where the Heart Is)〉이 400만불의 수입으로 7위를 기록하였고, 농구 로맨스물 〈러브 앤 베스킷볼(Love and Basketball)〉이 194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기록하였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법정 스릴러물 〈룰 오브 인게이지먼트(Rules of Engagement)〉는 176만불의 수입으로 12위를 기록해 개봉 6주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는데, 지금까지 벌어들인 총수입은 5,668만불이다.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 릴레이션사에 따르면 이번 주말 3일동안 상위 12위까지의 영화들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7,095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과 비교할 때 9%가 감소한 수치이지만, 〈미이라〉가 2490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2주째 1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보다는 14%가 증가한 흥행성적이다.

다음 주말에는 디즈니의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다이노서(Dinosaur)〉가 개봉할 예정인데,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영화는 〈글라디에이터〉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