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보존가치 130개 건물 철거 우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내에 있는 25년 이상된 근대 건축물 중 문화.예술.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은 1백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주가 이들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 현행 건축법이나 문화재보호법상 제동장치가 전혀 없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25개 구청별로 1975년 이전에 지은 근대 건축물 현황을 1차 조사한 결과 1백30여개가 재개발 때 철거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5년 이상된 건물을 문화재 등으로 지정하는 미국의 기준을 따른 것이다.

평가 항목은 ▶역사적 인물이 살았거나 사건이 발생한 곳▶독특한 건축양식을 살린 건물▶시민의 생활.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곳 등이다.

조사결과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충무로 1가 신세계 백화점(1930년 건축)의 경우 이미 확정된 남대문 구역 도시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철거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1운동 기념터인 승동교회(종로구 인사동)와 옛 명동국립극장(중구 명동1가).옛 국회의榮?중구 태평로 1가)등 50년이상 된 26개 건물들도 보존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근대 건축물은 종로구가 26개로 가장 많았고 ▶중구 19개▶용산구 7개 등 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문화.역사.건축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조사를 벌여 보존 대상 근대 건축물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건축물이 시의 문화재지정 기준(유형 문화재.기념물.문화재 자료 등)에 미흡할 경우 별다른 보호 수단이 없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 철거에 따른 허가절차를 96년 시가 구청으로 이관했고, 구청은 다시 동사무소에 업무를 위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헐린 중구 을지로 국도극장의 경우 사전지식이 없는 동사무소측이 건물주의 철거 신고를 받아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등록문화재(준문화재)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관계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며 "법 개정에 앞서 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면 사유재산권 침해 주장에 맞설 법적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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