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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주유소세차장 폭발, 유사석유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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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4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수원의 주유소 세차장 폭발사고 현장 지하에서 유사석유가 들어 있는 무허가 유류탱크 2개가 발견됐다. 이날 오전 10시25분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주유소 내 자동세차장 지하 기계실이 폭발해 주유소 직원 권운하(48)씨와 루펑(25·중국인), 세차 중이던 김용균(47)씨가 숨지고 허모(52·여)씨 등 4명이 다쳤다. 폭발 충격으로 세차장과 주유소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차량 10여 대가 부서졌다.

 경찰과 소방, 한국석유관리원 합동감식반은 25일 지하에서 허가받은 유류탱크 6개 외에 유증기 배출관이 없는 5만L짜리 탱크 2개를 더 발견했다. 탱크 중 한 곳에는 유사석유가 3분의 1가량 채워져 있었다. 또 유사석유 혼합용 센서로 보이는 잔해와 별도의 유류관도 발견됐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탱크나 유류관의 균열로 지하실로 스며든 유증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사석유는 정상 석유보다 폭발력이 강하고 유증기 발생량이 많지만 단속을 피하려고 배출관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주유소는 2009년과 지난해 5월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사고 당시 CCTV를 분석하는 한편 주유소 대표 권모(44)씨를 출국금지했다. 권씨는 사고 직후 잠적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세차장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주는 등 시민들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현대 오일뱅크 주유소 내 자동 세차장은 한산했다. 직원 임모(59)씨는 “수원 세차장 사고 소식이 전해진 어제 오후부터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중랑구 면목동 GS칼텍스 직원 이모(30)씨는 “사고 주유소만의 문제인데 다른 주유소 세차장까지 부정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김성영(60)씨는 “세차장 주변에 시너 등 위험물질을 쌓아둔 곳도 봤다”며 “제대로 점검을 안 하니 시설이 안전한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길용·정원엽·이지상 기자

 
◆유사석유=정상 휘발유에 벤젠·톨루엔·솔벤트 등의 화학물질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연료. 폭발력이 강해 엔진의 수명을 단축하고 연비와 출력을 감소시킨다. 정상 석유보다 가격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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