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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17만 명 예상 실제론 3만 … ‘재앙철’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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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7일 개통한 부산과 경남 김해를 오가는 경전철. 승객이 애초 예측치의 20%도 안 된다. [연합뉴스]

17일 정식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의 하루 평균 탑승객(17~22일)이 애초 예상치의 1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통 초기이지만 앞으로 승객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부산시와 김해시는 경전철 운영회사에 연간 550억원 이상을 물어 줘야 한다. 1조3123억원을 들인 부산~김해 경전철이 ‘세금 먹는 재앙철’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3일 김해시에 따르면 부산~김해 경전철의 승객은 영업운전 첫날인 17일 3만7768명, 18일 3만3872명, 19일 2만7807명, 20일 2만8023명, 21일 2만9586명, 22일 3만315명이었다. 하루 평균 3만1200여 명으로 1992년 계획 당시의 예측치인 17만6358명의 17.7% 수준이다.

 현재 요금 수준(1구간 1200원)에 따른 연간 수입은 120억원(하루 3만 명 적용)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서상의 올해 예상 사업수입인 888억원(승객 17만6358명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는 888억원에 대한 최소운영수익보장률(MRG·적자운영비 보조금)이 76%라 경전철은 최소 674억원의 수입을 올려야 한다. 만약 요금수입이 120억원에 그친다면 차액 550억원은 김해시와 부산시가 6대4의 비율로 부담해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경전철 운영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적자를 물어 주는 기준이 되는 승객과 사업수입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김해시는 앞으로 20년간 연평균 1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박상경 김해시 경전철추진담당은 “특별팀을 만들어 홍보를 하고 환승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활성화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터무니없는 수요예측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는 92년 부산~김해 경전철을 국내 첫 경전철 시범사업으로 정하고 교통개발연구원 등 4개 기관에 맡겨 이용객 수요를 예측했다. 결과는 28만8074명(2011년 기준)이었다. 부산·김해시는 이보다 낮았던 민간사업자의 예측치(2011년 17만6358명)를 적용해 2002년 12월 협약을 맺었지만 이마저 현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김해시 장유면에 사는 주부 남해정(46)씨는 “수요예측이 잘못돼 경전철 운영 적자를 우리가 낸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데 분노를 느낀다”며 “반드시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협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안상영 부산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송은복 김해시장은 2009년 3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석방됐다.

김해=황선윤 기자

◆부산~김해 경전철=사업비 1조3123억5000만원(민자 8320억7000만원, 정부보조 4802억8000만원)으로 2006년 4월 착공해 지난 4월 준공했다. 민간사업자인 부산·김해경전철㈜이 민자를 부담해 건설한 뒤 30년간 관리 운영하는 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건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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