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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미군 유해발굴 회담 6년만에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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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과 미국의 유해 발굴 회담이 다음 달 중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유해 발굴 사업이 중단된 지 6년 만이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22일 “최근 북·미 양측이 6·25전쟁 때 사망한 미군 유해의 발굴·송환 협상 재개 문제를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안다”며 “회담 장소는 과거 양측의 유해 발굴 및 미사일 협상 단골 장소였던 쿠알라룸푸르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10년간 유해 공동 발굴 대가로 북측에 약 2800만 달러를 지불한 미국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때인 2005년 미측 발굴 인력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외교 소식통은 “유해 발굴 사업은 지난 2월 김영춘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에게 북·미 군사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제시한 핵심 의제 중 하나”라며 “미국이 당시 회담 제의를 거절하면서도 유해 발굴 카드를 대화 고리로 갖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2차 비핵화 회담에서 부분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북·미 2차 핵 대화를 비롯, 각종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평양, 뉴욕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독일 베를린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접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북한 내 가족 상봉 논의도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며 “양국 적십자사가 조만간 10가족을 대상으로 시범상봉을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미국 공연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조총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미국 공연이 거의 결정됐다”며 “미국 민간단체를 통해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교향악단의 방미는 2008년 뉴욕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 대한 답방 형태로 보인다.

 유해 발굴과 이산가족 상봉, 교향악단의 방미 추진 등은 인도주의 문제 또는 민간 문화행사로 미국의 대북 핵심 정책인 핵 문제와는 별개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대화·교류가 획기적인 국면전환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

베이징=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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