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캐럿 다이아 주가조작 회사…박영준 전 차관, 적극 지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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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는 지난해 12월 자원개발사인 씨앤케이가 카메룬에서 4억 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4억 캐럿은 전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1억7000만 캐럿)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정부 발표에 따라 이 회사 주가는 급등했고, 회사 임원 등은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후 이 회사에 대해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등의 논란이 일면서 주가는 떨어졌고, 일반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씨앤케이의 주가조작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19일 정무위원회와 외교통상통일위에서는 이 문제가 이슈가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외교 활동에 적극 나섰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겨냥해 질문공세를 폈다. 정무위의 총리실 국감에서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은 사업성이 불확실한데도 총리실과 외교통상부가 전적으로 지원했다”며 “박 전 차관은 총리실 국무차장 시절이던 지난해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카메룬을 방문,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문제를 협의하는 등 씨앤케이를 적극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신건 의원도 “씨앤케이 측이 지난해 10월 이전까지 장외시장에서 신주인수권(warrant)을 제3자에게 헐값으로 매각한 뒤 주가가 폭등했다. 특정인에게 값싸게 팔아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총리실장은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며 “씨앤케이 관련 부분은 외교부가 스스로 감사 청구했고 감사원이 명명백백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무위는 다음 달 6일 총리실 국감에서 박 전 차관을 증인으로 불러 씨앤케이 관련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차관은 “(그런 짓을 할 만큼) 내가 바보냐”며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외교통상통일위의 외교통상부 국감에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총리실·지경부·외교부를 모두 출석시켜 씨앤케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정권 유력 인사로부터의) 압력은 일절 없었다”고 답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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