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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성과급여 1300만~7000만원…사장님, 그러고도 남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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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데상트 코리아 김훈도 사장이 ‘먼싱웨어’와 ‘르꼬끄’ 브랜드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상트 코리아는 지난해 김훈도 사장 취임 이후 매출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JNA 제공]

그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펭귄’을 끼고 산다. ‘닭’도 함께 지낸다.

골프 의류업체인 데상트 코리아의 김훈도(44) 사장 이야기다. 김훈도 사장은 펭귄 로고로 잘 알려진 ‘먼싱웨어’와 닭 그림으로 유명한 ‘르꼬끄’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골프의류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김 사장이 지난해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뒤 데상트 코리아의 매출은 급성장했다. 2009년 1500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올해는 두 배인 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데상트 코리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먼저 ‘돈’ 이야기부터 꺼냈다. 상반기를 마친 뒤 거의 모든 직원이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 상여금을 받았다는 업계의 소문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2011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많게는 7000만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그 소문 말이다. 머리를 짧게 깎은 김훈도 사장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틀린 소문은 아닙니다. 상반기를 마친 뒤 개개인의 실적을 분석해서 총 25억원의 인센티브를 사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200명의 직원 가운데 성과급을 받은 사람이 180명 정도 됩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인센티브를 챙겨갔다고 보면 되지요.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은 7040만원을 받았고, 과장급은 2800만~3500만원, 사원급은 1300만~1650만원 정도를 받았을 겁니다.”

6개월간의 성과급이 7000만원을 넘다니 그렇다면 인센티브가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보다 많은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렇게 성과급을 많이 줘도 회사가 잘 굴러갈까. 김훈도 사장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한 이유를 물어봤다.

“우리 회사가 설립된 지 이제 11년 됐는데 그동안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게 딱 한 번뿐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직원들을 몰아붙인다고 목표가 이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연초에 목표를 정한 뒤 그 목표를 초과한 이익은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 나눈다는 원칙을 정한 뒤 이를 꼭 지킬 뿐입니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하더라고요.”

김 사장은 “우리 회사는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찍 퇴근해서 자기 개발을 하라고 권장한다”며 “그런데도 직원들이 알아서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인센티브만 수천만원인데 하반기에 또다시 적잖은 액수의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당연하지요. 목표만 달성한다면 똑같은 원칙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할 겁니다.”

김 사장은 별도로 마련한 성과급 지급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많게는 연봉의 190%까지 성과급 보너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봉이 1000만원이라면 1900만원까지 성과급을 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급 액수가 연봉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연봉보다 성과급을 더 많이 받아가는 직원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연봉이나 성과급만으로 좋은 직장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돈’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꿈의 직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적잖은 상여금을 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해도 될까. 대부분 기업에선 성과급을 주고도 업계 라이벌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껄끄러워 쉬쉬하는 게 보통이다. ‘상여금 지급 사실을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김 사장은 “당연히 공개해도 된다. 오히려 업계에 알려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훈도 사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제 인생관이 ‘멋지게 살자’ 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행복하고 멋진 회사를 만드는 게 제 꿈이란 말이죠. ‘멋지다’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아주 간단합니다. 외관도 그렇고, 내면도 멋지게 가자는 겁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일에도 많이 쓰고, 직원들과 이익을 나눠 갖자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이런 기업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데상트 코리아는 사무실 인테리어도 멋졌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마치 인테리어 회사를 방불케 했다. 직원들은 청바지나 티셔츠 등 아주 간편한 옷차림으로 출근을 한다. 넥타이를 매거나 정장을 한 직원은 찾아볼 수 없다.

데상트 코리아 민세중 이사는 “우리 회사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직원이 10년 동안 근속하면 재충전을 위해 한 달간의 유급 휴가를 준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김훈도 사장부터 지난여름 한 달간의 근속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인센티브를 후하게 준다는 것만 빼면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것 같은데 해마다 큰 폭의 성장을 한 비결이 궁금했다. 데상트 코리아는 여직원의 비율이 65%가량 된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1세다.

“우리 회사의 경영 이념은 ‘모든 사람에게 스포츠를 하는 즐거움을 주자’입니다. 그래서 40~50대의 중·장년 골퍼들도 즐겁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10년 전부터 골프웨어에 과감하게 빨강·파랑·노랑 등의 원색을 도입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골프웨어의 색깔은 검은색과 회색·감색이 전부였던 시기였습니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지요. 시대의 변화를 미리 감지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옆에 있던 민세중 이사가 거들었다. 민 이사는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두 번 결산을 하는데 철저하게 노세일, 노재고 원칙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민 이사는 또 “성과가 좋으면 전직원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고객들과 직접 마주치는 매장 직원들에 대한 대우를 파격적으로 해준다”고 덧붙였다.

데상트는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국내에서 장사를 해서 남긴 이익을 고스란히 해외로 빼돌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데상트 코리아는 생산에서부터 디자인, 인사관리, 사업 전략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국내에서 하는 독자적인 기업입니다. 라이선스 비용을 일부 지불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이익을 국내에 남기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적잖은 액수의 성과급을 주는 게 그 예입니다.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데상트 코리아는 23일부터 경기도 여주의 캐슬파인 골프장에서 남자프로골프투어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인 먼싱웨어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것 역시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방편이라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골프 구력이 15년이라는 김 사장의 핸디캡은 7. 소문난 싱글 핸디캡 골퍼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기업체의 사장으로 성공한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다. 김 사장은 2000년 데상트 코리아 설립 당시 직원으로 출발해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사장직을 맡았다.

“제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특출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정을 불살랐을 뿐이죠. 또 한 가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문화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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