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IMT-2000 표준에 비동기식도 채택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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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차세대 동영상 이동통신(IMT-2000) 국내 표준에 동기식 외에 비동기식도 채택할 움직임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3일 한국통신학회주최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IMT-2000 정책토론회'에 참석, "사업자 표준과 기술표준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나 복수표준을 채택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석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금까지 북미의 동기식과 유럽.일본의 비동기식 가운데 한가지 표준을 채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IMT-2000 기술표준이 복수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안병엽 정통부장관도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도입시 급하게 결정하는 바람에 미 퀄컴사와의 로열티 협상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따라서 국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정통부가 비동기식 도입까지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 동기식 CDMA기술에서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동통신 기술표준에서 비동기 방식이 전체 세계 시장에서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들도 글로벌 로밍과 수출시장 등을 내세워 복수표준을 원하고 있다.

특히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세계 단말기 시장이 약 10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고 지적, 세계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비동기 시장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부에 대해 단일 표준보다 복수 표준을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현대전자 신인철 전무는 "우리는 CDMA로 많은 가입자를 지니고 있으나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복수표준이 국내 산업 활성화와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통부가 그동안 동기식 방식에만 너무 치중하는 바람에 비동기식 기술개발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기술개발 측면에서 동기 및 비동기식을 다해야 한다"면서 "동기방식은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비동기식은 유럽에 비해 2-3년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김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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