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오브 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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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인 성향과 완벽한 롤플레잉 세계관을 가지고 전 세계 게이머들을 들뜨게 했던 히어로즈III. 마이티 엔 매직 시리즈와 히어로즈 시리즈는 뉴 월드 컴퓨팅사의 메인 타이틀이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그 이름을 널리 대중에게 알린 것은 바로 히어로즈III이다.

완벽한 시나리오, 멋진 동영상과 훌륭한 그래픽, 그리고 편리한 인터페이스, 이 모든 것들이 히어로즈의 성공을 도왔다. 바로 그 히어로즈III를 즐겼던 사람들에게 멋진 선물이 도착했다. 새로운 확장 팩〈섀도우 오브 데스〉가 바로 그것이다. 섀도우 오브 데스는 여러 가지 단점을 지닌 게임이지만 그 재미와 중독성은 매우 강력하다.

섀도우 오브 데스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고 분류하기엔 롤 플레잉 게임의 요소도 많이 가지고 있는 복합장르의 게임이라서 무척 다양한 재미와 맛을 끌어내고 있다. 키보드를 함께 사용하면 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마우스만으로도 전혀 무리가 없는 간단한 유닛의 조정과 편한 인터페이스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고질병인 지루함을 절반으로 줄여준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있지만 그것의 진행과 거의 상관없는 게임 구성이어서 매우 유연하고 모든 것이 게이머에 달려 있다. 거기에 넓은 맵과 아기자기한 이벤트, 새로운 유닛 생산 방식, 추가된 보물들은 섀도우를 매우 매력적으로 빛내고 있는 요소들이다.

섀도우 오브 데스(이하 '섀도우')는 gem이 enroth의 전쟁을 승리하고 Antagarich라는 새로운 대륙으로 건너와 클로버랜드의 시민군을 돕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클로버랜드는 Erathian의 영토이지만 다른 두 나라와 인접한 국경지역으로 이웃 나라의 네크로멘서가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위험지대이다. 이들에게 시민군이 있기는 하지만 경험 많은 지도자가 없기에 네크로멘서의 위협에 느리고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이들, 여기에 영웅이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전쟁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본편과 거의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는 스토리 라인이라 (언제나 그랬지만) 신선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어차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스토리는 약한 요소이기 마련이고 확장 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수준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확장 팩〈섀도우 오브 데스〉는 HOMM3의 원본에 추가된 캠페인과 달라진 싱글 시나리오를 지원한다. 새로운 캠페인은 〈새로운 시작〉,〈불사의 에릭서〉,〈헥엔 슬레쉬(hack and slash)〉,〈전사의 탄생〉으로 나뉘어지고 원본 싱글 시나리오에 추가된 동맹전은 본편과 같은 시나리오를 적과 동맹관계를 맺고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12개의 새로운 보물이 등장하고 있어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역시 높은 난이도를 보이는데 오히려 본편보다 더 어려워 진 듯 느껴지다.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해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추가된 8개의 새로운 지형을 소개해보면 아래와 같다. 불의 들판(Firey Fields), 암석지대(Rocklands), 맑은 연못(Lucid ools), 마법의 구름(Magic Clouds), 성스런 땅(Holy Ground), 검은 안개(Evil Fog) , 클로버 들판(Clover Field), 잔잔한 바람(Favorable Winds). 새롭게 추가된 각각의 지형들은 마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성스러운 땅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저주 등의 마법은 힘을 못 쓴다. 물론 축복과 같은 마법은 그 위력이 배가되고 천사나 대천사 등의 유닛의 힘이 강력해진다.

하지만 이 게입에도 약점은 있다. 물론 독특한 분위기를 위해 게임 화면을 그대로 뒀다면 할 말은 없지만 HOMM3에서부터 그 확장 팩인 섀도우까지 그 화면은 그리 칭찬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지도상에서 보여주는 인물 등은 완전히 2D이고 전투시에 보여주는 3D같은 2D 화면은, 권장 펜티엄 166Mhz의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이유를 알수 없다. 물론 2D로 구성된 게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3D가 판치는 요즘 세상엔 왠지 촌스럽다는 느낌이다. 영웅들의 얼굴 역시 오래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3과 비교해도 무성의 한 느낌이다.

간간이 삽입된 동화상의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마법 효과나 전투화면에서 보여주는 화면은 소박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디아블로나 FF 시리즈등의 화려한 마법 효과에 익숙해져 버린 게이머들에게 섀도우가 보여주는 마법이란 장난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급박한 전투상황에 걸어다니는 유닛들은 약간은 비상식적이다. 이점을 인식했는지 섀도우에서는 전투 중 애니메이션이나 이동속도가 무리하게 높아져 있다. 마치 화면을 빨리 돌린 듯한 유닛의 움직임은 아무리 점수를 좋게 주려고 해도 기대 이하이다.

HOMM3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생산할 수 있는 유닛들은 건물의 업그레이드에 달려있고 그 수 역시 매주 한번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때문에 유닛의 효율적인 관리가 게임 승패의 관건이다. 또한 마을의 업그레이드는 건물들 사이의 필요조건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하나의 건물이 없으면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적보다 빨리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매일 매일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자원을 잘 분배해서 유용하여야 한다. 모든 자원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한 종류의 자원이 늘어나기만을 기다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런 제한적인 업그레이드 이 게임의 매력이 되기도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답답해 할 것이다. 또 몇몇 사용하지 않는 기능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이 섀도우에서는 유닛의 업그레이드가 달라졌다. 건물을 발전 시키면 향상된 유닛들만 생산 할 수 있었던 본편과 달리 섀도우에서는 게이머가 선택하여 생산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마법사의 경우 대마법사보다 마법사의 공격이 유용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가장 불만이 많은 부분이 사운드 부분이다. 확장 팩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배경음악은 너무나 지루하다. HOMM3 본편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음악에 지루함을 느껴왔는데 확장 팩에서도 같은 음악을 배경으로 넣고 있다. 음악자체는 그리 나무랄 수 없겠지만 심시티에서도 몇 가지 음악이 번갈아 가며 배경을 메우지 않았던가. 훌륭한 배경음악으로 칭찬이 자자하던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이기에 실망은 더욱 크다.

확장 팩이 다음 상품이 나올 때까지의 공백을 채우는 일을 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약간의 참신함을 확장 팩에 기대하기엔 무리한 것일까.

마지막으로 약간의 감상을 적는다면, 이토록 많은 단점을 지닌 섀도우는 필자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게임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진 환경과 강력한 도구들로 게임 개발자들은 엄청난 돈과 인원을 투자해서 앞서가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분명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 게임이 사람을 잡아끄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우주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이 시대에도 게임의 생명은 '재미'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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