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 사례]1998년 간담회 장에서 처음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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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사재출연이 처음 거론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1998년 1월 13일 5대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장에서였다.

정권 출범 후 재벌개혁이 금융개혁과 함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등장하면서 사재출연은 롯데.쌍용.효성 등 중견그룹과 서광.조양.일동제약 등 소규모 그룹에까지 확산됐다.

당초 '오너 재산은 이미 계열사 재무개선을 위해 사용됐다' 며 버티던 5대그룹은 여권의 압박과 여론에 밀려 98년 5월 그룹별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많게는 2천억원대의 사재출연 계획을 포함시켰다.

그후 사재출연은 재벌계열사의 구조조정이나 부실처리 문제가 닥쳐 일이 꼬일 때면 '약방의 감초' 처럼 등장했다.

지난해 6월 삼성자동차 빚처리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2조8천억원어치의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가 대표적인 예. 삼성은 대우전자와의 빅딜이 무산된 후 李회장의 사재출연으로 삼성차 문제를 풀었다.

지난해 7월 대우가 흔들릴 때도 사재출연 해법이 등장했다. 김우중 회장은 '기업주의 무한책임임'을 요구하는 여론에 밀려 1조3천억원의 사재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담보가 아닌 사재출연' 이라며 채권단이 알아서 처분하도록 했다.

사재출연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논리는 "부실 원인 대부분이 대주주의 경영 잘못이거나 전횡.유용 등에 따른 것이므로 사재를 털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는 것이다.

그러나 사재출연은 주식회사 주주는 유한책임을 진다는 자본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거센 찬반논쟁이 일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지난해 1월 "사재출연은 비시장적인 정책" 이라며 비판했고, 이에 대해 정덕구 산자부 장관은 "한국적 상황에선 신뢰를 높이는 방법" 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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