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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com]드렁큰 타이거 동영상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2집 〈위대한 탄생〉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힙합 듀오 드렁큰 타이거가 JOINS.com을 찾았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란 당찬 제목의 힙합 곡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들은 지난해 만연했던 '진짜·가짜 힙합'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하지만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이들이 상업성 보다는 힙합의 기본 정신에 입각한 정통 힙합을 추구했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드물다.

드렁큰 타이거의 두 멤버 Tiger JK(서정권.27)
, DJ Shine(임형빈)
의 이력은 몇년새 '붐'을 타고 한국 가요계에 등장한 대부분의 교포 출신 가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1992년 9월 흑인 폭동이 터진지 넉달쯤 지난 로스엔젤레스 야외 스타디움서 힙합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출연자와 관객 모두 흑인 일색인 행사에 느닷없이 나타난 소년은 당시 고2 였던 Tiger JK. 관객들의 야유 속에서 흑인과 한국인의 화해를 노래한 '콜 미 타이거'를 불렀다. 야유는 환호로 바뀌고 Tiger JK는 즉흥 랩상을 수상했다.

파트너 DJ Shine 역시 중학교 시절부터 뉴욕 주변의 힙합 콘테스트를 휩쓸고 다닌 재주꾼. 뉴욕, 시카고 등의 대규모 힙합 클럽에서 스크래치 디제이로 활동했다.

2집 〈위대한 탄생〉은 근래 보기 드문 음악적 완성도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음반이다. 지나치다 싶은 스킷(음반에 간간이 삽입된 잡담)
이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철저히 상업성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집했음에도 전반적으로 듣기 편한 힙합을 구사했다.

동명의 타이틀 곡 '위대한 탄생'은 5음계를 고집한 동양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 한글 자음순으로 각운을 맞춘 랩은 1집에서 지적됐던 한국어 랩에 대한 지적을 단숨에 종식시킬만큼 절묘하다.

- 1집 활동을 접고 1년여의 시간을 대부분 새 음반 준비를 위해 보냈다. 2집에서 음악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DJ Shine: "1집 음반은 전체적으로 운을 살린 랩에 치중하는 등 힙합의 참모습을 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2집에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들을 위한 음악을 고집했다. 멜로디, 랩, 스타일 등 음반 전체에 우리만의 색깔이 배어있다."

Tiger TK: "내용 면에서도 우리의 인생을 솔직하게 담았다. 미국에서 보낸 어린시절 인종 차별 등 사회적 제약이 주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그후 백인 주도적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힙합을 경험했고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한 후에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렇게 우리 스무 여섯해 인생을 통해 경험한 것들과 삶의 철학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 음반 전체에 한국어 랩이 늘었는데.

DJ Shine: 일부러 한국어 랩을 많이 구사했다. 우리가 원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편견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음반에선 한국어 랩과 영어 랩을 비슷한 비율로 담을 계획이다.

-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2집 음반 출시 후 감회가 새로울텐데...

DJ Shine: "〈위대한 탄생〉은 정말 만족스런 음반이다. 이번 음반에는 우리의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집을 준비하며 출시 시점, 활동 계획 등 음악 외적인 부분은 뒤로 미루고 단지 음반의 완성도만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새 음반을 위해 30곡 이상을 만들었고 그 중 12곡만을 음반에 담았다."

Tiger TK: "우리의 음반을 구입하는 팬들에게 드렁큰 타이거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위대한 탄생〉은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성공적인 음반이라고 자부한다."

- 타이틀 곡 '위대한 탄생' 무대에서 특별한 의상이나 메이크업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DJ Shine: "우리는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꾸밈 없는 모습으로 자유스럽게 살고 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PC 방에서 게임도 하고…가수라는 직업 외엔 힙합을 좋아하는 보통 젊은이의 삶과 다를게 없다. 인기나 팬을 의식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지낸다. 이런 자유스러움이 힙합의 장점이다. 아직도 힙합을 불량스러운 음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힙합은 예술, 더 나아가 문화의 한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

- '위대한 탄생' 외에도 개성있는 곡들이 많은데 두 멤버가 특히 선호하는 곡이 있다면?

Tiger TK: "모든 곡 마다 곡을 만들 당시의 상황과 느낌 등을 적당한 랩, 멜로디에 담아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각각의 곡에 모두 최고의 정열을 담았다고 자부한다. 특별히 애정이 가는 곡은 없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 맘 같다고나 할까."

- 킬러의 시선을 쫓아 전개되는 '위대한 탄생'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스토리의 해석을 놓고 팬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DJ Shine: "우선 우리의 경험을 담은 노래인만큼 배경도 로스엔젤레스의 한 파티장으로 정했다."

Tiger TK: "한 킬러의 시선을 쫓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욕망에 집착해 미래 없는 삶을 살아가는 한 킬러가 차를 훔쳐 파티장으로 간다. 결국 그는 암살 대상을 찾아 총을 쏘지만 그가 죽인건 또 다른 모습의 자신임을 깨닫고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다."

DJ Shine: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우리들은 마치 갱단의 보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천사를 의미한다. 킬러를 향해 손짓하는 것도 나쁜 욕망을 죽이라는 뜻이다."

Tiger TK: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금지 처분을 받을 뻔했다. 총을 쏘는 것은 욕망에 의해 스스로를 죽이는 젊은이를 묘사하기위한 장치일 뿐이다. 우리는 갱스터 랩처럼 직설적인 표현보단 한 번 더 생각하고 음미할 수 있는 랩을 추구한다. 뮤직 비디오도 마찬가지다.

- 세련된 영상이 돋보인다.

Tiger TK: "선댄스 영화제 출신의 인디 감독인 데이브 키브와 토미 힐피거, 스피도 등의 광고와 퍼프 대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했던 라이언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DJ Shine: "힙합과 어울리면서 개성있고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 '더 무브먼트'에서는 김진표와 윤미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1집에 이어 이번 음반의 한국어 랩 작업에 함께 참여 했나?

Tiger TK: 김진표씨는 1집의 '난 널 원해' 랩을 써줬었다. 2집에서는 모든 한국어 랩을 우리가 직접 썼고 언더그라운드 랩퍼인 씨비 마스의 도움도 컸다. 지금도 그에겐 배우는 점이 많다. 정말 예술적인 한국어 랩을 구사한다."

DJ Shine: "씨비 마스 외에도 많은 언더 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의 우리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선 대중적인 인기나 주 활동 무대를 불문하고 뮤지션간의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 노래 중간에 삽압된 스킷이 특이한데 모두 실제 상황인가?

DJ Shine: "그렇다."

- 18번째 트랙에 삽입된 스킷에서 '대한민국 최고 가수상' 수상 후의 소감을 힙합 리듬에 실었는데, 그것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드렁큰 타이거의 미래인가?

DJ Shine: "물론 그런 성공을 원한다. 하지만 스킷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딛고 만족스런 음반으로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의 표현이다."

Tiger TK: "1·2집 만으로도 우리는 돈, 명예와 상관 없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욕한 사람들에게 모두 고마움을 표했다."

- '드렁큰 타이거'란 이름의 유래는?

Tiger TK: '타이거'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호랑이 띠, 우리 둘 다 1974년생 호랑이 띠다. 또한가지 의미는 서양에서 동양을 상징하며 또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 바로 호랑이 아닌가. '드렁큰'에도 두 가지 의미다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우리의 음악과 랩에 취하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술에 취해서 마음을 연 상태처럼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의미다."

- 함께 팀을 이루게된 계기는?

Tiger TK: "1991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힙합 콘테스트를 통해 만나 뉴욕, 로스엔젤레스의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Tiger TK: "미국에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사회·문화적 주도권은 엄연히 백인에게 있다. 어린 한국 교포들은 대부분 자신들을 무시하는 백인 문화에 동화되느냐 아니면 그들에 맞서 싸우느냐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자를 택한다. 하지만 나는 주먹을 쥐고 백인들에게 맞서는 편을 택했고 자연스럽게 멕시칸, 흑인 들과 어울리게 됐다. '왕따'끼리 뭉치면서 그들의 문화인 힙합과 랩을 즐기게 됐다. 디제이 샤인도 뉴욕에서 차이나 갱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힙합 문화에 심취했었다."

DJ Shine: "당시 교포들 중에서 우리들 처럼 힙합·랩 문화에 심취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따라서 서로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팀을 이뤘다. 사실 재미교포 출신 가수들이 대부분 랩을 들고 나오는 건 좀 우스운 일이다. 물론 그들을 비난하진 않는다. 그들도 연습과 개성을 통해 훌륭한 힙합 뮤지션이 될 수 있다."

- 데뷔 때부터 '힙합의 전도사'임을 자처했는데.

Tiger TK: "1992년 자니윤 쇼에 처음 출연해서 힙합을 선보였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 이전의 얘기다. '드렁큰 타이거'란 이름도 아니였고, 멤버중에는 흑인 랩퍼도 몇 명 있었다. 당시 방송사 PD들은 곡에 삽입된 스크래치 샘플을 듣고 이건 음악도 아니라며 쓰레기 취급을 했었다. 김건모의 댄스곡과 룰라의 레게가 진짜 힙합이라고 했다."

DJ Shine: "7년이 지난 1999년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들고 '드렁큰 타이거'란 이름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클럽에서, 지하철 역에서 시간과 공간이 주어질 때마다 랩핑과 비트박스를 했다. 유리상자, 조성모 같은 가수들의 콘서트 게스트로 출연해서 힙합을 기대하지 않던 관객들에게 리듬의 희열을 선사했다. 이제 그들은 우리의 음악을 '힙합'이라 부른다.어려움을 딛고, 우리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게 우리의 목표다. 다른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

Tiger TK: "데뷔 시절 참담한 악담을 던진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2집을 들고 다시 팬들을 찾았다. 우리의 음악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집도 이렇다할 홍보없이 15만장의 선주문을 기록했다. 우리들도 기대하지 못한 결과였다."

DJ Shine: "아직도 많은 제약이 따르기는 하지만 방송 등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힙합을 알려주고 그들이 편견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 특히 선호하는 힙합 장르나 영감을 얻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알려달라.

DJ Shine: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강한 랩, 무거운 베이스 라인 을 좋아한다."

Tiger TK: "재즈 풍, 라이트 힙합을 좋아한다. 특히 선율이 살아있는 힙합이 좋다. 멜로디와 랩이 완벽하게 융화되야만 듣기 좋은 힙합을 만들 수 있다. 우리 둘의 이런 개성이 모여 독특한 드렁큰 스타일이 탄생됐다.

Tiger TK : "힙합은 일종의 소울 뮤직이라고 생각한다. 이승철씨, 신중현씨, 펄 시스터즈 모두 내 음악에 영감을 준 아티스트들이다."

- 콘서트 계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6월에 전국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드렁큰 타이거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조인스닷컴=김근삼 기자 <icoolca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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