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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원 갈비, 2만원 홍초…올 추석엔 둘 다 잘 나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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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명절 선물을 보면 경제와 세태가 보인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이 주고객인 대형마트는 경기에 더욱 민감하다. 대형마트 명절 선물 변천사를 통해 지난 10년의 경제상황을 짚어 봤다. 올해는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던 고가의 명품 선물세트가 마트에 대거 등장했다. 반면 건강과 웰빙이 중시되면서 짠 젓갈류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2002~2004년, 참치캔 선물 이제 그만=‘명절 선물=참치캔·식용유’. 1990년대를 풍미했던 이 법칙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힘을 잃었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경기가 꽤 좋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인기 품목은 정육세트다. 정육세트의 약진엔 경기뿐 아니라 택배산업의 발달도 한몫했다. 고기는 냉동육보다 냉장육이 맛이 좋다. 얼었다 녹으면서 생기는 육질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 온라인시장 성장과 함께 택배사업이 호황을 누렸다. 냉장 유통도 일반화됐다. 냉동육 중심이던 정육세트 역시 냉장육 중심으로 옮겨 갔고, 덕분에 명절 선물 강자로 등극할 수 있었다.

 상품권이 명절 카탈로그 전면에 등장했던 것도 이 시기다. 상품권은 91년 도서상품권을 시작으로 본격 발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성의 없어 보인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던 게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합리적인 소비 습관이 자리 잡았고 ‘받는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2005~2007년, 와인세트 대거 등장=2000년대 초반부터 ‘웰빙 열풍’을 타고 와인이 명절 선물로 나왔다. 하지만 일부층에서나 주고받던 고급 선물이었다. 2004년 체결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상황을 바꿔 놓았다. 값싼 칠레 와인이 들어오면서 대형마트별로 2005년 한두 종류뿐이던 와인세트가 1년 사이 15~20개가량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과의 FTA가 발효된 뒤 맞은 첫 명절인 올해 추석엔 유럽산 와인세트도 대형마트 매대에 올려졌다. 이마트에선 영국의 윌리엄 왕자 결혼식에 공식 와인으로 쓰였던 ‘폴로져 샹파뉴 리져브’ 와인 30세트가 7만원에 팔리고 있다.

 ◆2008~2009년, 초저가 대세=1만원대 상품이 대거 등장했다. 이마트에선 이 시기 900여 개의 상품 중 100여 개 제품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저가 상품으로 운영했다. 2008년 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급속히 위축된 까닭이다. 2009년 대형마트 명절 선물 카탈로그를 보면 식용유 3병 혹은 샴푸와 치약 등 간단한 생필용품으로 구성된 ‘9900원짜리 초저가 선물세트’가 눈에 띈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만 구성된 선물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PB 제품은 싸다는 인식 때문에 선물용으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불문율이 깨질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2011년, 명절 선물도 양극화=심화되는 소득 양극화 현상은 마트 선물 매대도 뚜렷하게 둘로 갈랐다. 10만~50만원대의 명품 세트가 대형마트에 대거 등장하는가 하면 5만원 미만의 알뜰 선물세트 역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평년보다 열흘 이상 빨리 들면서 사과·배 같은 과일세트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재편됐다. 일반 과일에 비해 명품 과일은 당도나 수확량 등을 예측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 명절 선물시장에서 일어난 변화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젓갈세트와 한과세트의 ‘몰락’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세트 이상 기획되던 젓갈세트는 저염식이 일반화되면서 지금은 한 세트 정도만 나왔다. 고급 선물의 대표 주자로 꼽히던 한과세트 역시 한우·와인 같은 품목에 밀리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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