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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대안공간, 실험적 작가들에게 날개 달아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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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08면

1 39아트:광주:11’ 전시장. [광주=연합뉴스]

미술품 장터를 뜻하는 아트 페어는 종합예술이다. 이 공간에서는 작품과 사람과 돈이 함께 움직인다. ‘함께’라는 말이 중요하다. 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박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지방에서, 그것도 생긴지 얼마 안 된 신생 아트 페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제2회 광주국제아트페어 ‘아트:광주:11’ 가보니

2 크라운해태가 마련한 ‘아트&컴퍼니’ 섹션에 있는 구두 설치물. [사진 숨 프로젝트 아카데미 제공]

지난봄 제2회 광주국제아트페어 ‘아트:광주:11’(8월 31일~9월 4일)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지윤 숨 프로젝트 아카데미 대표는 그래서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옮겼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현대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유명 갤러리와 이름난 작품, 안목 있는 컬렉터를 동시에 움직이는 기존의 아트 페어 성공 공식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바로 대안공간이다.
“사실 작품은 하고 싶은데 돈은 없고, 젊은 혈기 하나로 작품에 매진하는 작가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별로 소개될 기회가 없죠. 그나마 그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고 있는 대안공간을 시장으로 적극 끌어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름을 ‘뮤지엄 아웃렛’이라고 붙였어요. 작품 수준은 미술관급으로, 가격은 아웃렛처럼. 젊은 작가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투자하는 새로운 역할이 아트 페어에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 콘코스홀에서 개막한 ‘아트:광주:11’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대안공간의 참여였다. 서울의 대안공간 충정각·대안공간 루프·브레인팩토리, 런던의 애니메이트 프로젝트, 광주의 대인예술시장 등 12곳에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들고 나왔다.

3 전시장 초입에 있는 존원 작가의 회화. 길이 10m, 높이 3m짜리 대작이다. [광주=연합뉴스]4 이지윤 ‘아트:광주:11’ 예술감독이 내빈들에게 전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전시공간을 운영 중인 아트스페이스풀의 김희진 대표는 1970년대 개념미술을 선도한 중견작가인 경원대 김용익(64) 교수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는 젊은 작가 이완(32)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김용익 작가의 ‘땡땡이’ 시리즈입니다. 그동안 마켓에 거의 안 나오고 계셔서 여기서 작품을 처음 본다는 분들도 제법 계셨어요. 마침 이번에 글 모음집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정치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의 연결을 보여주기』가 나오게 돼 출판기념전시를 앞두고 겸사겸사 모습을 드러내신 거죠.”

눈길을 끈 것은 또 있다. 지역 화랑과 작가들에게 문을 활짝 연 것. 61개 참가 갤러리 중 외국 갤러리가 19곳, 국내 갤러리는 42곳인데 이 중 광주 지역에서 나인·자리아트 등 1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작고 작가부터 청년 작가에 이르는 50여 명의 작품을 내놓았다. 원 갤러리가 의재 허백련의 작품을 비롯해 오지호·오승윤·임직순 선생의 작품을 걸어놓았다. 황영성 광주시립미술관장도 작품을 내놓았다. 미디어 아티스트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이이남 작가는 고향을 찾아 신작 ‘달항아리’를 선보였다. 얇게 만든 커다란 달항아리 조각에 홍매화가 피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또 ‘빛의 화가’로 불리는 우제길 화백은 중학생 시절 습작부터 근작까지 예술인생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5 김용익 작가의 ‘무제-절망의 완수’(1992), 캔버스에 혼합매체, 193x130cm. [사진 아트스페이스풀 제공]

서울에서는 갤러리현대·이화익갤러리·갤러리인·갤러리미·갤러리선컨템퍼러리·갤러리서종 등이 참가했다. 아예 한 작가만 집중적으로 부각한 화랑도 있었다. 갤러리인의 양인 대표는 유현미 작가의 작품만 소개했다. 이와 함께 “이제 정치를 넘어 문화”라는 메시지를 표방한 ‘더블 데모크라시 프로젝트’에는 yBa 출신의 샘 테일러 우드와 ‘소나무’ 사진작가 배병우를 비롯해 조덕현·신미경·정연두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았다. 명품 브랜드 MCM은 전시장 한복판에 VIP 라운지를 만들어 고급스러운 전시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오리토모 다쓰미의 귀여운 행위예술도 펼쳐졌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자신의 작품 ‘브레드맨(Bread Man)’에 사용한 딱딱한 빵을 머리에 둘둘 묶고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빵인간이다”고 외치고 다녀 시선을 끌었다.

‘아트:광주:11 조직위원회’의 윤영달 공동위원장(크라운해태 회장)은 이날 “아직 규모는 작지만 내용이 알차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며 ”비디오 작품에 관심이 많이 생겨 송추 아트밸리에 전용 상영관을 지어볼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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