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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란써 경제특구’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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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상섭
인천경제자유구역
기획정책과장

올해 초 중국은 산둥반도에 ‘란써(藍色)경제특구’를 신설했다. 산둥반도의 절반을 차지하는 란써특구는 칭다오와 옌타이를 포함해 그 면적이 6만4000㎢에 달한다. 영남과 제주를 뺀 우리나라 전체 면적과 맞먹을 뿐 아니라 선전(396㎢), 푸둥(533㎢), 빈하이(2270㎢) 특구를 압도한다. 발해만과 황해에 인접해 있고, 한반도 및 일본과 마주하고 있는 이 거대한 해양 경제의 요지를 한·중·일 경제협력의 시범지구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권역별 경제블록화를 강화하는 한편 자국 내 경제특구에 더욱 힘을 집중하고 있다.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아시아, 특히 한·중·일의 협력과 경쟁에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창출되리라는 전망은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문을 열었고,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3국 민간 경제단체들은 ‘한·중·일 경제통상포럼’을 발족했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주도할 전략적 기지로서 란써특구가 어른거리는 건 필자의 착시일까.

 경제공동체는 제휴를 통해 제 몸집을 키우는 협력의 장(場)인 동시에 경쟁과 각축의 장이다. 이슈와 어젠다의 선점도 중요하지만 더 실질적인 것은 경쟁력 있는 보루의 확보다. 인천을 필두로 산발적으로 지정된 6개 경제자유구역이 지역 거점으로 산재한 현실에서 4곳이 추가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지역별 나눠먹기라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가 더 이상은 곤란하다고 정색하고 있지만 곧 달아오를 선거 정국에서 마냥 버티기는 어려워 보인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땅덩어리 전부를 일률적으로 개발하기 어렵다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경제특구가 지금처럼 지역 균배의 미명으로 덧칠되어서는 도저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보루가 될 수 없다. 중국은 경제특구에 관한 한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 맞춤형 전략을 추구해 왔다. 반대로 우리는 정치적 균배에 더해 획일적 제도를 모두에게 적용해 왔다. 이래서는 중국의 어느 특구와도 경쟁이 어렵다.

 우리의 첫째 과제는 규모의 경쟁력을 갖는 전략거점의 육성이다. 인천과 황해, 경기만 등 경제자유구역 3곳을 모두 합해도 그 규모는 란써는커녕 푸둥이나 선전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나의 비전 아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창조할 수 있는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수도권 서해연안을 하나의 경제특구로 묶는다면 그것은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해당 지자체 간 혹은 정부 부처 간 이해와 이견을 체계적으로 조정 관리할 수 있다. 다가올 한·중·일 경제공동체를 주도할 전략 거점의 육성은 철저히 국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란써특구가 있는 산둥반도는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금의 부리를 닮았다. 황해를 사이에 두고 그 맞은편에 한반도의 복부가 있다. 날카로운 부리에 당할 것인가, 부리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인가. 란써특구는 중국의 블루오션을 꿈꾸고 있다. 황해를 품은 우리의 경제자유구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도록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김상섭 인천경제자유구역 기획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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