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 스토리] '21세기 전략'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초.중.고교에서의 의무교육은 주(週) 3일간만 합시다."

지난 1월 일본정부가 '일본의 프런티어는 일본내에 있다' 는 자신만만한 제목을 달아 발표한 중장기 비전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는 교육의 균등화와 획일성을 타파하기 위해 '의무로서 강제되는 교육' 은 주 3일로 줄이고, 나머지 2일은 보충학습이나 학술.예술.스포츠 등 교양을 쌓거나 국가가 발행하는 쿠폰을 이용해 민간기관에서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사무처장 李起浩 청와대경제수석)가 영국.일본.싱가포르.핀란드 4개국의 중장기 비전을 담은 보고서를 모아 23일 발간한 '21세기 선진국가전략' 에는 각국이 국정 운영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전략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 영국의 '개인 학습계좌' 〓과학기술 지식은 마케팅과 결합해 상업화해야만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복권 수입으로 조성된 2억파운드(약 3천5백억원)규모의 과학기술기금으로 재능있는 개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 통상산업부는 1998년 말에 발표한 '지식주도 경제의 구축' 이라는 보고서에서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개인학습계좌' 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개인학습계좌' 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우선 선정해 개인의 자기개발비용을 국가와 기업이 지원하는 제도다.

우리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정보통신기술(IT for all)' 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2002년까지 모든 학교와 공공도서관을 네트워크로 연결, '정보빈곤계층' 발생을 방지하기로 했다.

◇ 일본은 통치(統治)에서 '협치(協治)' 로〓일본은 각계각층의 민간인으로 '21세기 일본 구상간담회' 를 구성, 지난 1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전국민이 실용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간행물과 홈페이지 등은 일어와 영어로 함께 제작토록 의무화하고, 장기적으론 영어를 제2공용어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가와 기업조직을 '위로부터 아래로' '관에서 민으로' 등의 통치문화로부터 규칙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협치'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싱가포르, '성공' 하지 말자?〓싱가포르는 '싱가포르 21위원회' 를 발족해 지난해 4월 ▶개개인 중시▶굳건한 가족▶공평한 기회▶애국심▶적극적인 국민 등 5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이 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싱가포르인에겐 경제적 성공, 즉 좁은 의미의 성공이 전부였다고 자아비판하고 있다.

이는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컸지만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분야에 집착▶재능의 낭비와 사회적 활기의 저하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1세기에는 성공의 개념을 재정립해 개인이 잠재력이 있는 부문에서 최고가 되도록 개개인을 중시하는 풍토를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핀란드, 활기차고 책임있는 나라로〓90년대 초반 금융.외환위기로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핀란드는 97년 발표한 미래보고서에서 유연하고 적극적이며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의 경쟁원칙.환경.자본.공공부채 등을 물려받게 되는 미래세대를 위해 세대간 재정분담 등 공공정책의 의사결정에 젊은 세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