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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45> 유럽의 10대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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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조금 더 색다른 여행을 찾으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에 대한 겉핥기가 아닌, 그 지역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축제는 안성맞춤이다. 여행의 일탈과 각 지역 고유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각종 축제의 전통이 강하다. 예술성에 흠뻑 빠져도 좋고, 실컷 뛰어놀아도 좋겠다. 유럽을 대표하는 10대 축제를 뽑아봤다.

최민우 기자

벨기에 뱅슈 카니발

유럽에선 나라마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특색을 담은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세계 3대 퍼레이드 중 하나인 프랑스의 니스 카니발

뱅슈는 벨기에 남서쪽 에노주의 작은 도시다. 인구 3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규모는 작지만 풍습을 잘 지켜 이곳 카니발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뱅슈 카니발은 매년 2월 열린다. 흥미로운 건 3세부터 60세까지 벨기에 국적의 남자만 카니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1000여 명이 참가한다. 이들 남성 배우들을 ‘질(gille)’이라 부르는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밀랍 마스크와 독특한 전통 나막신을 신는다.

질(gille)들은 뱅슈 중심에 나타나 드럼 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손에 들고 있는 막대로 악귀를 쫓아주기도 한다. 또 오렌지 바구니를 들고 도심을 무리 지어 행진하면서 관중들에게 오렌지를 던져 행복을 기원해 주기도 한다. 다소 촌스럽지만 소박하고 서민적인 전통 축제다.

*시기: 매년 2월께 사순절 이전 월요일을 기점으로 전후 사흘간 *시작연도: 15세기경으로 추정.

스위스 프리스타일 취리히

스포츠와 록 음악이 어우러진 스위스 프리스타일 취리히

스포츠와 록음악의 열정이 만난다. 스위스의 취리히는 매년 9월 마지막 주말 이틀 동안 옆 사람의 고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젊은이에게 인기 있는 겨울스포츠를 도심 속 축제의 소재로 재구성했다.

축제는 취리히의 란트비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스노보더, 프리스키어, FMX파일럿, 스케이트보더가 공중에서 몸을 뒤집고 점프하고 날아다닌다. 짜릿한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분위기를 돋우는 록·전자음악·펑크 등 각 장르 세계적 수준의 뮤지션이 함께한다.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스포츠 이벤트팀이 참가하면서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이틀간 4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음악과 스피드의 결합 덕분에 유럽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제로 손꼽힌다.

*시기: 매년 9월 마지막 주말(2011년 9월 24, 25일)

*시작연도: 1995년.

스페인 발렌시아 불꽃 축제

지중해변 중심에 위치한 도시, 발렌시아에서는 매년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기념하는 불꽃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기원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 목수들이 겨울 동안 작업했던 나무 잔재들을 모아 ‘성 조셉의 날’에 태우기 시작하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축제의 특징은 낮부터 시작되는 요란한 불꽃 쏘는 소리.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 시끄럽다. 여기에 종이와 나무로 만들어진 초대형 인형 700여 개가 불꽃놀이와 함께 태워진다. 까만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와 눈앞에서 펼쳐지는 대형 인형 구조물들이 뿜어내는 열기,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도시 곳곳에 전시되던 초대형 인형은 낮에는 감상하다가 자정이 되면 모두 불태워 버린다. 누군가는 아깝다 할지 모르지만 발렌시아 사람들은 절정의 순간을 맛보면서 지금까지의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시기: 매년 3월 15∼19일 *시작연도: 중세시대.

스페인 토마토 페스티벌

8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토마토 페스티벌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축제다. 강렬함과 재미, 열정, 특색을 고루 갖췄다. 토마토를 위한 축제라기보다 토마토를 활용해 온갖 난장판을 만들며 즐기는 축제다. 스페인 말로 ‘라토마티나(La Tomatina)’다.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발렌시아의 부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린다.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하루에 쓰는 토마토만도 100t이 넘는다고 한다.

오전 11시에 기름을 잔뜩 발라놓은 커다란 통나무 기둥 꼭대기에 매달아놓은 햄을 따면서 페스티벌은 시작된다. 햄이 떨어지는 순간, 부뇰 시청 직원이 마을 청사 위에서 대포를 쏜다. 이를 신호로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경종을 울리며 푸에블로 광장으로 들어오고, 토마토 전쟁은 시작된다. 한두 시간쯤 지나면 싸움의 종료를 알리는 두 번째 대포가 쏘아지는데, 이때부터 더 이상 토마토를 던져서는 안 된다. 싸움이 끝나면 소방차가 진입해 사람들에게 물을 뿌린다.

*시기: 매년 8월 말(2011년 8월 31일) *시작연도: 1944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이자 공연 마켓이다. 매년 8월 초부터 한 달여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펼쳐진다. 축제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영화·도서·인터넷 페스티벌 등 다양한 소규모 축제들이 연결돼 있다.

 축제가 시작되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클래식·연극·오페라·무용·시각예술 작품들이 에든버러 시내의 6개 메인 극장을 중심으로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각종 간이무대에서 온종일 펼쳐진다. 입소문이 퍼지면 티켓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척박해진 유럽의 휴머니즘을 회복시키고자 시작됐다고 한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시초였다. 같은 해 이 ‘인터내셔널’에 포함되지 못한 8개 작은 극단들이 페스티벌에 무단 참여하면서 그 유명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도 함께 열리게 됐다.

현재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대략 25일간 2000개가 넘는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진다. 공연 횟수는 3만 회가 넘으며 60여 개국 2만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한다.

*시기: 매년 8월 초∼9월 초(2011년 8월 12일∼9월 4일)

*시작연도: 1947년.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

매년 여름 건립된 지 2000년이 넘은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전문 페스티벌이다. 오페라 작품보다 2만2000여 명이 관람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의 눈부신 장관이 더 화제가 되곤 한다.

이탈리아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수많은 연극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아이다’ ‘투란도트’ ‘카르멘’ ‘토스카’와 같은 대형 이탈리안 오페라 작품이 주로 공연된다. 플라시도 도밍고·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적인 테너들도 이 무대에 섰다. 2만2000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마이크가 거의 필요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원형에서 감싸지는 소리의 음파가 그 어느 것보다 빼어난 음향장치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시기: 매년 6∼8월(2011년 6월 17일∼9월 3일)

*시작연도: 191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13일간 열리는 가면 축제다. 매년 2월 열린다. 200여 개의 가면 퍼포먼스팀이 참여하며 방문객은 100만 명이 넘는다. 규모·관객수·화려함 등에서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꼽힌다.

13일간의 카니발 동안 산 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무료 거리공연, 화려한 가면 의상 퍼레이드, 콘서트, 살아있는 역사의 재현,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열정적인 밤샘 댄싱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베네치아 음식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거리극 아티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주로 베네치아 카니발에 참여할 수 있다. 어떤 공연팀이 투입될 수 있는가 여부는 전적으로 예술감독의 권한이다. 딱히 자원봉사자가 없어도 전 시민의 열성적인 지원 속에 축제가 진행된다.

*시기: 매년 2월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이전 13일간 *시작연도: 1980년.

체코 프라하 봄 페스티벌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오이스트라흐,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등 클래식계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 프라하 봄 페스티벌을 통해 배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필하모닉 50회 생일을 축하하면서 처음으로 축제의 틀을 갖추었다. 이념적 풍랑과 함께 정치적 외압이 강했음에도 페스티벌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체코인들의 열정 덕분이었다. 개막식은 체코 민족음악가 스메타나 서거일에 맞춰 열리며 ‘나의 조국’ 연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같은 장소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시기: 매년 5월 12일부터 한 달간(2011년 5월 12일∼6월 4일) *시작연도: 1946년.

프랑스 니스 카니발

세계 3대 퍼레이드 축제 중 하나다. 기원은 1294년 샤를 2세의 기록에 니스 카니발과 유사한 형태의 전통 행사가 언급되고 있다. 공식적으론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초창기엔 프랑스 예술문화의 강점이었던 광장형 놀이문화인 야외 거리극 형태를 추구했다. 이후 가면무도회 양식이 도입되었고 현재는 거리극+가면극의 형태로 변형 중이다.

매년 새로운 테마를 정한다. 특히 꽃과 빛으로 구성된 퍼레이드가 유명하다. 프랑스 장인들이 꼼꼼하게 만들어낸 대형 인형들을 줄줄이 등장시킨다. 테마의 주인공 격인 ‘축제의 왕’은 페스티벌 마지막 날 밤에 불로 태워 날려보낸다.

*시기: 매년 2월 중순 *시작연도: 1830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지향주의 축제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주최 측이 말하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특징은 사회적 담론이 담긴 작품이 주로 선정된다는 점과 아직까지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연극 장르 세계 최대시장이다. 다양한 형태의 연극이 오르며, 연극 관련 프로듀서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상업성이 약하다고 분류되는 연극도 이곳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축제의 구성은 공식과 비공식 초청작으로 나뉜다. 공식 초청작은 주최 측이나 프랑스 문화부의 지원을 받으며 작품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는 대략 20여 일간 진행되며 1000여 개의 아티스트 그룹이 무대에 오르고 관람객은 10만 명이 넘는다.

*시기: 매년 7월(2011년 7월 6∼26일) *시작연도: 1947년.

※자료 및 사진 제공=세계축제연구소 유경숙 소장의 『유럽 축제 사전』 (멘토르·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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