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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본 케이노 “케냐에도 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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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킵초게 케이노(케냐·가운데) 등 IOC 위원 일행이 29일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 이언적 선생 종택인 무첨당에서 종손(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경주시 제공]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언적(1491∼1553)의 17대 종손 이지락(44)씨는 29일 경주 양동마을 무첨당에서 귀한 손님을 맞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석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람비스 니콜라우(그리스), 킵초게 케이노(케냐), 애덤 펭길리(영국), 이가야 지하루(일본), 하비브 시소코(말리) 등이다. 경북도가 양동마을 등 지역의 세계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이들을 초청한 것이다.

 “이 건물은 500년쯤 됐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주인이 바뀌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름의 문화가 있습니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종손의 설명에 IOC 위원들은 대청마루에서 한옥을 찬찬히 살피면서 “그렇게 오래됐느냐”며 감탄했다.

 IOC 위원들은 무첨당을 나와 건너편 월성 손씨의 대종가인 서백당에 들러 전통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종손 손성훈(56)씨는 “서백당은 무첨당의 외할아버지 집으로 마을의 기가 많이 모인 곳”이라며 “좋은 기운을 받아 가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케냐의 케이노 위원은 마을 초가집을 보고는 “우리도 비슷한 집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라 음식을 재현하는 보문단지 라선재에서 젓가락으로 한식을 먹은 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장을 찾았다.

 IOC 위원과 가족 11명은 경주타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한국의 전통혼례 재현행사도 지켜봤다. 그리스의 니콜라우 위원은 “스포츠는 문화와 함께할 때 더 큰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데 육상대회와 경주 엑스포를 연계한 프로그램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많은 신라의 스토리가 그리스 신화와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주의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 불국사도 찾았다. 성타 주지스님을 만나자 대화는 종교로 이어졌다. 질문은 거침없었다.

 “왜 스님들은 머리를 깎고 회색 옷을 입느냐. 기도는 어떻게 하느냐. 부처님과 인간은 어떤 관계이냐….”

 IOC 위원들은 스님과의 대화에 만족해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부인은 이날 별도로 경주를 둘러봤다. IOC 위원들은 경북의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다.

 경북으로 IOC 위원 초청을 추진한 경북도 김상운 체육진흥과장은 “일정상 더 많은 위원을 모시지 못해 아쉽다”며 “IOC 위원의 한마디 한마디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경북의 세계문화유산을 소문내는 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IOC 위원들 외에 독일·스페인 등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관계자와 가족 70여 명도 이날 경주를 찾았다. 31일에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취재하는 외신기자단 200여 명이 경주를 들를 계획이다.

경주=송의호 기자

◆세계문화유산=유네스코가 세계적인 가치가 인정되는 인류 공동의 유형 유산을 심사해 지정하고 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복합유산으로 구분돼 현재 전 세계에 911건이 있다. 우리나라는 문화유산이 9건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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