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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44>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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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신용평가사가 대체 뭐기에….” 지난 5일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습니다. 지난주에는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끌어내렸죠. S&P, 무디스, 피치까지. 이들은 어떻게 등급 하나로 세계 경제를 들썩이게 만드는 걸까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정체를 밝혀보겠습니다. 더불어 ‘한국판’ 신용평가회사들도 소개해 드립니다.

김혜미 기자

신용평가는 투자와 대출의 지표

신용평가란 돈을 빌려줄 때 상대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는 주식과 채권, 수표, 어음 등 유가증권의 안정성 혹은 발행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신용등급으로 알려준다. 평가대상에는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금융기관, 기업 등 모든 기관이 포함된다.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은 이 신용평가 정보를 대출과 투자에 널리 활용한다. 투자자들은 이 평가를 토대로 자신의 투자처를 결정하고 금융기관은 신용이 좋은 발행자에게 싼 이자로 쉽게 돈을 빌려준다. 신용이 나쁜 경우는 그 반대다. 결국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유가증권 발행 기관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거액의 재화와 자금을 국제적으로 거래하려면 외화자금을 끌어 올 수 있어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낮추면 국가는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더욱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다.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의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대폭 낮췄다. 그 바람에 주가는 더욱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난 5일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추자 다음 날 미국 다우지수는 6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세계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팔면서 각국의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한국 증시에서도 2주 동안 200조원이 사라졌다. 이처럼 신용평가 결과는 시장에 파란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3대 신용평가사’

신용평가사마다 대상을 평가한 결과가 다 같지는 않다. 등급을 부여했을 때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도 천차만별이다. 세계 신용평가시장은 ‘3대 신용평가사’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그리고 피치다. 그중에서도 S&P와 무디스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이들은 평소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 일반기업, 국가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매겨두고 수시로 신용등급을 재평가해 발표한다. 평가의 기준이나 방법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평가를 위해서 해마다 각국에서 현장 실사를 진행하며 각종 자료들도 수집해 분석한다. 물론 이들 외에도 각 국가나 지역별로 30개가 넘는 신용평가사들이 있다. 하지만 ‘3대 신용평가사’가 100년가량의 역사를 통해 쌓은 명성을 넘볼 수 있는 곳은 아직 없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51년 가장 긴 역사, 연간 순익만 8700억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본사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해 있다. [로이터 통신]



1860년에 설립돼 올해 151년으로 세 곳 중 역사가 가장 길다. 현재는 미국 미디어그룹 맥그로힐(McGraw-Hill) 소유다.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으며 연간 순이익만 8억 달러(약 8700억 원)다. 세계 60여개국을 대상으로 정치상황, 경제구조, 경제성장전망, 재정운용, 공공부채, 대외부채, 물가, 부채상환능력 등 8개 부문, 31개 항목에 걸친 투자환경을 조사해 등급을 발표한다. 상환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채권에 적용하는 장기신용등급의 경우 최상의 신용상태인 ‘AAA’부터 ‘BBB-‘까지가 투자 적격, ‘BB+’부터는 투자부적격을 의미한다. 같은 등급 안에서도 ‘+’, ‘- ’, ‘일반’으로 우열을 표시한다. 상환기간 1년 미만인 단기채권에 적용하는 단기신용등급의 경우 ‘A1’, ‘A2’, ‘A3’, ‘B’, ‘C’의 다섯 단계로 나눈다.

무디스(Moody’s)
대공황 때 무디스 우량판정 기업은 생존

무디스(Moody’s)의 본사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여섯 번째 빌딩에 입주해 있다. [로이터 통신]



1900년 출판업자인 존 무디(John Moody)가 존무디앤드컴퍼니(John Moody&Company)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09년에 미국 최초로 200여 개 철도채권에 대한 등급을 발표했다. 1929년 미국 대공황 때 대부분의 회사가 무너지는 가운데 무디스가 우량 판정을 내린 기업만 살아남으면서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무디스는 상기신용등급의 경우 ‘Aaa’부터 ‘Baa’까지를 투자 적격, ‘Ba’ 이하는 투자 부적격 등급로 분류한다. 같은 등급 안에서는 1~3으로 우열을 표시한다. 단기 신용등급의 경우 ‘P1’, ‘P2’, ‘P3’로 구분한다.

피치(Fitch)
최초로 미국 국가공인 , 평가 점수 후해

피치는(Fitch Ratings)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두 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로이터 통신]


피치의 시작은 1913년 존 놀스(John Knowles)가 설립한 피치퍼블리싱컴퍼니(Fitch Publishing Company)다. 1924년 처음으로 회사채를 평가했으며 현재 신용평가 등급에 부여하는 ‘AAA~D’를 처음 도입했다. 1975년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 중 가장 먼저 미국 국가공인 신용평가기관(Nationally Recognized Statistical Rating Organization, NRSRO) 인증을 받았다. 세 차례의 인수·합병 끝에 2002년 1월 회사 이름을 현재의 이름인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로 변경했다. 피치는 S&P와 무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도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고 향후 등급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피치는 장기신용등급의 경우 ‘AAA’부터 잠재적 불안정 상태인 ‘BBB-’까지가 투자적격, ‘BB+’ 이하부터는 투자부적격을 나타낸다. S&P와 마찬가지로 같은 등급 안에서도 ‘+’, ‘-’, ‘일반’으로 차이를 둔다. 단기신용등급은 ‘F1’, ‘F2’, ‘F3’ 등으로 표시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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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3대 평가사의 위상에 큰 흠집이 났다.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용평가기준을 관대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을 각국 투자자로부터 받았다. 신용평가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월스트리트의 비위를 맞추느라 부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초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문제가 나타났지만 세계 3대 평가사는 그해 말에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같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신용평가사들이 조기경보 역할은 소홀히 하다 위험이 눈앞에 닥쳐서야 신용등급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적 신용평가사를 믿은 투자자만 막대한 손해를 본 셈이다. 현재 각 국가들은 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한 법규 및 감독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 EU, 국제증권거래위원회(IOSCO) 등이 나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와 관련해 다양한 규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국의 3대 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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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용평가제도는 1985년 9월에 시작돼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3대 신용평가사’로는 한국기업평가(KR), 한신정평가(NICE), 한국신용평가(KIS)가 꼽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매출 규모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 비하면 아직은 매우 작다. 2009년 기준으로 700억원 정도다. 전 세계 신용평가 시장의 1~2% 정도 수준이다. 한신정평가의 피경원 실장은 “국내에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평가사들의 노력과 더불어 법과 규제 정책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Korea Rating, KR)=1983년 12월 설립된 한국경영컨설팅이 1987년 11월 한국기업평가로 이름을 바꿨다. 자본금은 245억 규모로 피치(Fitch)가 74%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신정평가(NICE Investors Service)=1986년 9월 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전국종합신용평가에서 2007년 신용평가부분만 따로 분리돼 한신정평가가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 신용평가사 알앤아이(R&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한국신용평가(Korea Investor Services, KIS)=1985년 2월에 설립돼 1998년 8월에 한국신용평가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1년 12월 무디스(Moody’s)의 계열사로 편입돼 현재는 무디스가 50%의 주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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