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본선진출···영화계 숙원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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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이 내달 10일 개막하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됨으로써 한국 영화계의 숙원이 풀렸다.

칸 영화제는 베니스.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지만 권위에 있어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베니스와 베를린의 본선에는 몇 차례씩 선정됐지만 칸의 문턱은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칸의 권위는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고려보다는 철저히 작품성에 의존해 출품작을 선정해 온 역사때문에 누적된 것이었다.

물론 최근 '지역적으로 안배하고 칸이 키운 감독만 선호한다 '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걸출한 감독들은 칸에서 가장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권위의 탑이 쉬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자국 이외에서는 개봉이 안 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등 선정 절차도 다른 영화제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19일 발표된 경쟁 부문 출품작 중 일본 감독의 작품이 두 편이나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 와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 가 그것. 다른 아시아 영화로는 대만의 양덕창, 홍콩의 왕가위, 중국의 장위엔 등의 이름이 띈다.

이 밖에 켄 로치의 '빵과 장미' , 라스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무희' , 리브 울만의 '신뢰상실' , 코엔 형제의 작품 등이 들어있다.

46년 창설된 칸영화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 영화제는 본선과 별도 주간의 두 부분으로 운영된다. 이 두 부문은 조직과 운영이 전혀 다르다.

영화제 본부가 운영하는 본선에는 20편정도를 엄선하는 '경쟁부문' 이 있고 경쟁부문에서 낙선된 작품중 '아까운' 작품을 위해 '주목할 만한 시선' 이라는 섹션을 두고 있다.

비공식부문인 '감독주간' 과 '비평가 주간' 은 본선이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것에 반발해서 생긴 일종의 '대안적인 칸영화제' 다.

특히 감독주간은 탄생에서부터 혁신적이었다. 1968년 5월 10일 개막한 제21회 칸영화제는 폐막을 보진 못한 영화제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파리에서는 학생과 노동자들이 드골 정권을 상대로 격렬한 데모를 벌이고 있었다.

이른바 '68년 5월학생운동' 의 와중에 진행된 그 해 영화제에 대해 젊은 프랑스 감독들이 들고 일났다.

장 뤼크 고다르.프랑수아 트뤼포.루이 말 등 누벨 바그의 기수들은 "사회변혁 운동이 한창이 이 때 영화제라는 축제가 웬말" 이냐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검열폐지, 칸 영화제 본선작에 대한 문호확대 등을 요구로 내걸었다. 결국 이들은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프랑스 영화감독 협회를 만들었다.

이듬해 선보인 '감독 주간' 에서는 오시마 나기사의 '교사형' 등 본선에서 기피하던 스타일의 영화를 옹호해 다양한 영화가 칸에서 소개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한편 비평가 주간은 프랑스의 저명한 비평가인 조르주 사둘이 발의해 62년에 창설됐다. 정식 명칭은 '프랑스 비평가의 국제 주간' .이 섹션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나 두번째 작품만이 대상이며 작품 선정도 집단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본선 출품작의 최종 선정권은 조직위원장 개인에게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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