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 아래·윗목 온도차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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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소기업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를 비교한 결과 시가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의 부채비율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500억원 미만 기업 144개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4.1%에서 올해 6월 말 134%로 9.9%포인트 상승했다. 자본이 9조9648억원에서 9조7265억원으로 2.4% 감소한 데 비해 부채는 12조3615억원에서 13조368억원으로 5.5%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25개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58.4%에서 60.9%로 2.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분석에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빠진 걸 감안하면 상장 기업 사이의 양극화는 더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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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진 대우증권 스몰캡팀장은 “중소형 기업의 자본이 감소했다는 건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해 적자를 봤다는 걸 의미한다”며 “부채비율 증가는 적자 기업이 회사 유지를 위해 차입금을 늘리면서 부실화가 더 심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내 업종 간의 차이도 컸다. 중소 상장사 144개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업은 30곳(20.8%)으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이 자본보다 부채가 두 배 이상 많아 빚을 갚기 힘들어진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특히 건설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448.6%에 달했다. 지난해 말 399.7%에서 반년 만에 48.9%포인트 뛰어오르며 급격히 부실화됐다. 류제만 한국거래소 공시총괄팀 부장은 “일부 기업은 해외 대규모 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주택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은 전체적으로 적자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건설업과 달리 의료정밀(49.3%)·서비스(61.2%)·전기가스(69.6%) 업종 등은 부채비율이 비교적 낮아 재무 상태가 건실하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진 기자

◆부채비율(Debt Ratio)=대차대조표의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 기업의 재무상태가 건전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재무구조가 불건전하면 부채상환능력을 의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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