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M&A 열풍 불어닥친다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시장의 폭락과 함께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일부 벤처기업들에 대한 M&A(인수합병)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하고 거품만을 키워왔던 일부 인터넷 벤처의 경우, 반드시 M&A 대상이 되거나 그도 안되면 아예 퇴출되는 경우도 배제 못할것으로 벤처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왜 M&A인가

벤처기업 M&A의 필연성은,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자금조달은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벤처산업의 현실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한기술투자의 황태철 기획팀장은 "인터넷 벤처들이 지난해말, 올해초 유치한자금으로 3-4개월은 버티겠지만 그 이후에는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의 무차별적인 자금조달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며 독자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업에게만 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벤처전문가들은 인터넷 벤처들의 수익원이 광고에 한정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M&A가 최선책이라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의 박세용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광고물량의 65%는 상위 10대 업체에집중된다"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M&A를 통해 취약부문을 보완, 시장점유율을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A의 가능성은 인터넷 벤처들이 오프라인에서 절대적인 취약점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이스터컨설팅의 이영훈 팀장은 "자체 통신망을 갖추지 못한 새롬기술은 통신요금 때문에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은 물류망 확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은 이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과 오프라인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진 대기업이 M&A를 통해 결합, 시너지 효과를 만들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있다고 전망한다.

◇ 누가 나서나

벤처 M&A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주체로는 대기업, 메이저 벤처그리고 구조조정펀드를 들 수 있다.

온라인으로의 진출을 꾀하면서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M&A 주역의1순위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삼보.

삼보컴퓨터, 두루넷, 나래이동통신, TG벤처투자는 상반기중 최소 2천억원의 인터넷 기업 전문 M&A 펀드를 결성한다. 삼보 관계자는 "저가 PC로 수익을 내는 것은더 이상 어렵다"며 "삼보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대규모 M&A를 통해 인터넷 지주회사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 이외에도 새롬-네이버의 배후로 주목받은 삼성, 전자상거래 분야에 적극적인 진출을 꾀하는 롯데, 인터넷폰 시장을 넘보는 통신업체들이 M&A의 주역들로 거론된다.

인터넷 메이저업체들 간의 M&A도 빼놓을 수 없는 가능성.

쇼핑몰과 경매사이트의 결합, 검색과 커뮤너티사이트의 결합 등은 수익원을 다각화시키고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결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지난번 새롬과 네이버의 합병 실패에서 나타나듯 이들 업체들의 주가폭락은 독자적인 M&A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주목을 끌지 못하지만 이들의 M&A를 촉발시킬 수 있는 다크호스로 구조조정펀드를 든다. 구조조정펀드는 언제든지 M&A 펀드로 변신할 수 있다고이들은 말한다.

4월초 현재 결성되어 있는 구조조정펀드는 6개, 3천억원 규모. 17일에는 미국계투자기관이 참여하는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전문회사가 출범했으며 올해안에 총 3천억원 규모의 구조조정펀드가 더 만들어진다.

중소기업청 자금지원과의 강일용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펀드가 참여할수 있는 화의.부도기업 물량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며 "벤처들이 부실기업화하면이들 펀드들이 결국 M&A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사무관은 "벤처기업의 M&A는 거품이 가득찬 한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하지만 구조조정 뒤에는 더욱 견실하고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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