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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사상최대 폭락의 원인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증시 대폭락의 영향으로 17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도 투자자들이 향후 증시에 불안감에 사로잡혀 투매를하는 바람에 동반 폭락세를 기록하는 블랙먼데이 현상을 보였다.

주가는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개장초 전날보다 90포인트가 넘는, 하루 낙폭으로 사상최대인 대폭락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도 한때 사상최대인 21.95포인트까지 급전직하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바람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대폭적인 금리인상 전망으로 인해 첨단기술주들이 대폭락하면서 일어난 검은 금요일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증시가 침체상태에 빠질 경우 전세계 주식시장에 대한 주식투자비중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세계증시에 팽배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동반 폭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증시의 단기낙폭이 과거의 대폭락시기와 비교할 때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환 LG증권 투자전략팀 과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우량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펀드들이 미국 증시의 대폭락으로 인해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증시의 폭락사태가 이어질 경우 뮤추얼펀드 등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주식보다는 현금보유나 채권투자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미국증시가 반등할 가능성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폭락사태는 일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미국증시가 반등하더라도 국내증시는 수급불안으로 인해 반등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윤제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단 이날의 폭락세는 심리적 충격에 따른 투매물의 급증”으로 폭락원인을 분석하고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세를 전망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상당기간 장세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의 장세가 심리적 공황에 따른 무조건적 투매물로 지난 금요일 미 나스닥시장에서 본 것과 같은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상황인 만큼 정부의 부양책이 발표된다하더라도 별다른 효과 역시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 연구위원은 “장세가 완전히 장기침체기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향후 'V'자형 상승세로 급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폭락장에서는 반드시 데이트레이더들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동부증권의 김도현 연구원은 “미 나스닥시장의 경우 소형 벤처종목보다는 대형주의 지나친 고평가와 신용투자의 급증이 지난주 폭락세의 주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모토롤러의 경우 매출액 300억 달러에 주가수익비율(PER)이 72배에 달하고, 시스코의 경우 매출 121억 달러에 PER가 165배에 달했다”고 지적하며“이들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할 때 고평가상태로 충분한 조정여지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의 PER가 15∼17배, 삼성SDI가 11∼13배에 불과한 수준으로 우량기술주들의 고평가에 따른 폭락세는 펀더멘틀즈를 볼 때 타당성이 전혀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 “미국의 경우 신용투자가 폭락세를 조장한 큰 원인이 됐으나 우리 증시는 미수가 있기는 하지만 신용투자는 거의 없다”며 심리적 공황상태만 진정된다면 우량한 펀더멘틀즈를 갖춘 기업들의 재부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정영철 대한투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가 지난주말 첨단기술주에 대한 투매로 인해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미국경제는경기가 정점에서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반면 우리경제는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급락국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우량주를 저점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4분기 주요기업의 이익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1.4분기보다 호전된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다”며 “내달 FT세계지수에 한국증시가 편입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외국자본이 현재보다 현실적으로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번주 증시는 주초반 약세를 보이다가 후반에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다”면서 “ 다우지수는 고점대비 12% 하락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고점대비 이미 24% 하락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황정우.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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