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하고 묵직해진 '크래쉬'

중앙일보

입력

"크래쉬 새 음반이 나왔네! 굉장한 사운드가 여전하군…. " "크래쉬라고? 그거 영화 제목 아냐?"

크래쉬에 대한 반응은 이렇게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극과 극이다.

그들의 앨범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고 말하는 자칭 '열렬팬' 들이 있는가하면, 국내에 그런 밴드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를는 사람들도 많다.

이같은 사실은 국내에서 '헤비메탈' 이란 장르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잘 대변한다.

국내에서 헤비메탈 밴드는 극단적으로 소외된 비주류 밴드에 속하고, 컬트 현상처럼 열광하는 소수 매니어 팬들로부터 힘을 얻는 '이단아' 들이다.

크래쉬는 힘과 속도감 있는 기타 리프와 절규에 가까운 보컬을 내세우는 스래시 메탈을 추구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 밴드다.

'누구나 들었을때 '헉' 하는 소리가 나올만큼 힘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그들. '그동안 멤버가 바뀌기는 했지만 1991년 그룹이 만들어졌고, 최근엔 4집 앨범 '터미널 드림 플로우' 를 내 건재를 과시했다.

3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이 새 음반은 벌써 통신상에서 화제다.

'템플' 이란 곡을 통해선 여전히 그들다운 파워풀하고 묵직한 스래시 메탈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페일려' 나 '2019 A.D' 등의 곡엔 테크노적인 요소가 흠씬 가미돼 있다.

그런가하면 안흥찬의 생소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루징' 이나 '15분전' 같은 메탈 발라드 곡까지 수록돼 있다.
이현도가 랩핑을 하고 안흥찬이 보컬을 맡은 '이면' 이란 곡엔 힙합과 테크노가 현란하게 혼합돼 있다.

팬들사이엔 이런 현란한 변화를 놓고 '진보냐, 아니냐' 말도 많다. 또 뮤직비디오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 변화를 '업 그레이드' 로 봐줬으면 좋겠다" 고 말하는 이들은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를 우리 식으로 음악에 녹여보았다" 고 말한다.

뮤직비디오에 대해선 "음악이 하드코어 장르인 만큼 주류의 뮤직비디오 형식을 따를수 없었다" 며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고 말했다.

음악의 변화엔 새 멤버로 합류한 김유성(키보드.프로그래밍)의 음악적 취향도 한몫했다.

넥스트의 투어 멤버로도 활약한 그는 이번 음반에 현란하게 번득이는 전자음을 리드미컬하게 녹여냈다.

트윈 기타 시스템으로 더욱 힘이 넘치는 기타연주를 들려주는 것도 이번 음반의 특징. 기존의 기타리스트인 하재용, 오디션을 통해 새로 영입된 정상용이 육중하고 폭발적인 크래쉬 사운드에 힘을 보탰다.

영어로 노래부르기로 잘 알려진 그들은 이번 음반에 수록된 13곡(보너스 트랙 제외)중에 '이면' 이란 곡을 빼고 모두 영어제목을 붙였다. 또 5곡을 제외한 8곡의 가사를 모두 영어로 썼다.

"크래쉬는 오히려 한글가사에 약하다" 는 얘기 까지를 들을 정도다.

가사를 직접 쓰고 보컬을 맡고 있는 리더 안흥찬은 "해외 메탈밴드와 실력을 겨루고 세계 무대서 평가받기 위해 영어를 쓰고 있다" 고 설명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음악이지 앨범 그 자체가 아니다.
한 두곡의 음악을 밀기 위해 음반을 만드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
음악에 대한 소신과 고집이 만만치 않다.

"관중과 호흡하고 같이 즐기는 것" 이 음악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그들. 그러나 라이브 공연엔 드럼에만도 7개의 마이크를 다는 등 적어도 20개 정도의 마이크를 필요로 하는 그들을 반기는 방송사는 별로 없다.

그들은 또 "우리 악기들이 내뿜는 전기출력을 이기지 못해 정전사고가 나기 일쑤여서 왠만한 라이브 클럽에선 공연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며 아쉬워했다.

제대로 갖춰진 공연장에서 제대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그들. 오는 5월 20~21일 서울정동A&C에서 어떤 무대를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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