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만 33.3% 넘어 … “한나라 서울 20석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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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주민투표가 마감되기 전인 24일 오후 “투표율이 25%만 넘으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당 주민투표 상황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통상 총선 투표율이 50%가 안 되는데 (민주당의 투표거부 운동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만 나온 상황에서 25%를 넘으면 내년 총선에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5% 이상 투표율이 나오면 한나라당의 패배가 아니라 노 사이드(No Side·럭비게임의 종료 선언)”라며 “이번에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했다고 해도 주민투표 자체는 무승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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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대표가 무승부의 기준으로 투표율 25%를 얘기한 것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얻었던 208만여 표를 투표 불참자를 포함한 당시 전체 유권자 대비 지지율로 환산한 것(25.4%)과 같기 때문이다. 당시 오 시장을 찍었던 유권자들과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이번에 투표를 했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민투표에서 보수 지지층 외에 중도성향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만큼 내년 4월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시 전체 투표자 수는 215만 7772명이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 구에서 지난해보다 6만여 명이 많은 숫자가 투표장을 찾아 지난해 시장선거 보다 7만여표 늘었다. 하지만 관악(-2092명)·금천(-3973명)·구로(-2459명) 등 8개 구에선 서울시장 선거 때보다 지지층을 더 많이 동원하는 데 실패했다.

 25개 구 가운데 투표함 개함 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긴 곳은 강남(35.4%)·서초구(36.2%) 등 2개에 불과하다. 금천구(20.2%), 관악구(20.3%)는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떨어져 가장 투표율이 낮았고, 이재오 특임장관의 지역구가 포함된 은평구도 22.6%로 저조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에서는 미리 보는 19대 총선이었다”며 “한나라당의 서울 지지율이 40%인 점을 감안할 때 강남지역을 제외한 서울시 대부분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70% 정도만 주민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투표 투표율대로 총선 지지율이 나온다면 한나라당이 서울시에서 20석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3년 전 18대 총선에서 서울시 48개 지역구 중 40석을 휩쓸었다. 당시 총선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들이 얻은 득표수와 비교해도 여권엔 적신호가 켜진 게 확실해 보인다. 서대문구(정두언·이성헌 의원)의 경우 두 의원이 얻은 표는 7만394표였지만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6만3034명이었다. “25%면 무승부”라고 했던 홍준표 대표의 지역구(동대문을)가 포함된 동대문구도 평균(25.7%)보다 낮은 투표율(24.0%)을 기록했다. 동대문에서 투표한 사람의 숫자는 18대 총선 때 홍 대표가 동대문갑의 장광근 의원과 함께 얻었던 표보다 3400여 명이 모자란다.

 김미현 동서리서치 연구소장은 “강남 3개 구를 제외한 모든 구가 투표율 30%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중도층의 상당수가 이탈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통해 한나라당의 이미지는 ‘강남 부자’로 더 굳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내년 총선·대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효식·강기헌 기자

◆시장 사퇴 절차=지방자치법 98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사퇴서는 지방의회가 받는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시 의회 허광태 의장에서 사퇴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때 사퇴 일자는 시장이 정해서 사퇴서에 표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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