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두부에 이소플라본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얼마 전 여성 건강에 대한 특집 기사를 취재할 때였다. 기자는 의사에게 여성질환을 예방하고 피부를 젊게 보이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물었다. 의사의 대답은 주저 없이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드세요”라고 말했다. 콩에 든 이소플라본이 여성호르몬과 같은 기능을 해 질환을 예방하고 갱년기 증상도 완화한다는 것이다.

 비단 여성 건강뿐 아니다. 의학기사를 취재하면서 질병 예방에 도움되는 식품으로 ‘콩’이 빠진 적은 드물다. 실제 인터넷에 ‘콩’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이소플라본의 항산화·항노화는 물론 암과 치매 예방, 다이어트 효과 등 수많은 효능·효과에 대한 기사와 광고가 뜬다.

 그러다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콩으로 만든 음식에는 정말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을까? 어머니가 저녁 식사마다 찌개나 전골에 가득 썰어 넣는 두부, 친구가 건강에 좋다며 매일 챙겨 먹는 두유에는 이소플라본이 그대로 들어있을까. 생콩을 그대로 챙겨먹기 힘든 일반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일이다.

 추가 취재를 하다 보니 조금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두부와 두유에는 콩의 핵심 영양 성분인 ‘이소플라본’이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

 이유인즉 이렇다. 유명 한 식품회사의 두부·두유 생산 공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선 콩을 대량으로 매입한다. 그 다음 콩 결을 따라 반으로 쪼갠다. 다음 배아 부분(콩 한쪽에 튀어나온 부분. 이소플라본은 콩의 이 부분에 밀집돼 있다)을 잘라낸다. 다음 전통 제조방식과 똑같이 콩을 불리고, 갈아서 걸러낸 콩물을 두유로 만든다. 간수를 넣어 굳히면 두부가 된다.

 이소플라본은 이 과정에서 제거되는 것이다. 분리된 이소플라본은 따로 모아져 제약회사나 건강기능식품 회사에 고가에 팔려간다고 한다. 다른 회사도 대부분 비슷했다.

 두유는 콩 자체의 함량도 낮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두유 속 콩 함량은 7브릭스 이하다. 일본의 대부분의 두유가 12~14브릭스 이상인데 반해 매우 낮다. 콩의 함량을 낮춘 대신 콩맛이 나도록 각종 당류와 첨가물을 넣었다.

 물론 콩에는 이소플라본 외에도 풍부한 단백질과 소량의 무기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콩 영양성분의 백미는 역시 ‘이소플라본’이다. 식품회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이소플라본을 제거하지 않은 진정한 ‘콩 식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배지영 기자

이소플라본=여성호르몬 분비를 유도하는 물질. 콩과류에 가장 많이 존재한다. 최근 호르몬의존성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 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