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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킨 맛 최고” … 번개처럼 한 마리 해치운 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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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사인 볼트가 20일 대구 달구벌 대종 앞에서 번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킨 킬러’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한국의 치킨 맛에 홀딱 반했다. 치킨 한 마리를 앉은 자리에서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평소 닭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볼트는 20일 60여 명의 자메이카 동료와 함께 숙소인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볼트는 지난 17일 한국에 들어온 뒤 햄버거·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배달시켜 먹었다. 햄버거는 닭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즐겨 먹었고, 피자는 재료를 가리지 않았다. 볼트가 동료와 함께 뷔페식을 먹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 한 토종 치킨 업체가 치킨 30마리를 제공했다. 볼트는 다양한 메뉴 가운데 유독 치킨에 관심을 보였다. 한 접시에는 쌀밥과 서너 가지 반찬을 담고 다른 접시에는 치킨만 가득 담았다. 그는 “치킨이 아주 맛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식사를 마친 볼트는 치킨 업체에서 나온 장재경(50) 부장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줘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장 부장이 기념촬영을 청하자 흔쾌히 응했다.

 볼트는 자메이카 전통 소스인 ‘저크 소스’를 이용해 요리한 치킨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저크 소스는 매운 고추를 주원료로 월계수 잎·허브 등을 넣어 만든 것으로,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난다. 자메이카인들은 닭요리를 할 때 닭을 저크 소스에 12시간 정도 숙성시킨 뒤 화덕에 구워 먹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볼트를 비롯한 자메이카 선수단이 저크 소스를 이용한 치킨에 관심을 보인 것도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찬 행사를 기획한 장 부장은 “18일부터 호텔 뷔페식에 꾸준히 치킨을 제공했다. 둘째 날인 19일 직원들이 직접 호텔에 찾아가 치킨에 대해 설명했는데 자메이카 선수들이 저크 소스를 이용한 치킨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20일에는 뷔페식에 제공하던 것과는 별도로 아예 치킨 30마리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볼트는 저크 소스를 이용한 치킨을 반 마리 가까이 접시에 담았고, 프라이드 치킨과 케이준윙을 서너 조각 곁들였다.

 볼트와 같은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푸마코리아의 김동욱(36)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볼트는 어제(20일) 점심 식사도 햄버거로 해결했다. 19일 전담 영양 관리사가 들어온 이후엔 영양사의 조언 때문인지 선수단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트는 지난 4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푸드에 찌든 식습관을 고치려고 전담 영양사를 고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습관을 단번에 고칠 수는 없는 노릇. 볼트는 전담 영양사가 짜준 식단에 따라 섬유질이 풍부한 건강식 위주의 음식을 먹으며 식습관을 점차 고쳐나갈 예정이다.

대구=오명철 기자

◆번개 포즈=활을 쏘듯 왼팔을 뻗고 오른팔을 구부려 상체를 뒤로 기울이는 볼트 특유의 우승 세리머니. 볼트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투디월드(ToDiWorld) 포즈’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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