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투신운용사에도 뮤추얼펀드 설립 허용

중앙일보

입력

누적된 부실과 고객 돈 이탈로 기관투자가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투신권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정부는 11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이달부터 부실 투신운용사에도 뮤추얼펀드 설립을 허가하기로 하는 동시에 연내 개방형 뮤추얼펀드도 허용해 주기로 했다.

또 분리과세 상품인 5년 이상 장기채권 펀드도 허가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부유층의 뭉칫돈을 투신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문제가 된 주식 공매도(空賣渡)와 관련, ▶거래량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금지하고▶거래량이 많더라도 증권사가 개별 심사를 통해 수탁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며▶기관투자가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등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바뀌는 제도와 투자요령을 알아본다.

◇ 부실 투신에도 뮤추얼펀드 허용〓자기자본을 까먹어 지금까지 뮤추얼펀드 운용이 금지됐던 한국.대한.현대.동양투신 등 4대 투신사들도 이달부터 뮤추얼펀드를 팔 ?있게 됐다.

뮤추얼펀드는 수익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의 투명성이 높은 편이며 부실 투신운용사가 운용을 맡더라도 고객 재산은 별도로 예치하게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의 초점은 이것보다 하반기 중 허용키로 한 준개방형 뮤추얼펀드에 맞춰져 있다.

준개방형은 수익률이 목표 수준을 넘어서는 등 일정 요건을 달성할 경우 투자자금을 추가로 모집하거나 환매하는 게 가능하다.

돈을 투자하면 1년씩 묶어 둬야 하는 현재의 폐쇄형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증권투자회사법 시행령을 바꿔 이들 부실 4대 투신사에 뮤추얼펀드 운용을 허용한 것은 하반기 준개방형 뮤추얼펀드 판매허용을 위한 사전포석인 셈이다.

◇ 5년이상 분리과세 펀드 허용〓부부의 연간 금융소득 합계가 4천만원을 넘는 고소득층에 인기를 끌 전망이다.

4천만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은 종합소득(부동산임대.사업.근로.기타 소득)등과 합산해 10~40%의 종합소득세율로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

5년 장기 주식형.공사채형 펀드는 분리과세나 종합과세를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고 신탁재산의 절반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채권형의 경우 공사채형.국채전용.CBO(후순위채)펀드 등이 발매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도 노릴 수 있다.

대신 한번 투자하면 추가로 돈을 넣거나 인출할 수 없는 단위형 펀드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투신사들은 장기채권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투신권의 장기자금 운용도 여유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 CBO.하이일드 활성화〓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CBO.하이일드 펀드는 지난 7일 현재 각각 9조7천억원.11조1천억원어치가 팔리는 등 올들어 투신권의 유일한 자금줄 노릇을 해 왔다.

이들 펀드는 투기등급 채권에 50% 이상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에 그 비율을 낮춰주거나 편입대상을 풀어주기로 했다.

투기등급채권이 고갈돼 펀드를 더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투기등급 채권 편입비율을 낮출 경우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수익률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투기등급채권을 유통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각종 특혜를 주고 출발한 CBO.하이일드 펀드를 지나치게 활성화할 경우 되레 주식형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등으로 몰려야 할 돈을 흡수하는 역효과도 크다는 게 투신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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