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독과점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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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영화 산업은 호황이다. 그러나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메이저 영화사의 독과점 기도가 그것이다.

시네마서비스는 지난해 12편의 영화를 제작.배급했다. 한국영화 전체 제작 편수 60여편의 약 20%다. 또 시장 점유율은 무려 60%(3백억원)였다. 올해는 제작 20편, 시장 점유율 70%가 목표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영화〓시네마서비스 영화' 라는 등식이 성립할 날도 머지 않았다. 수입된 외국 영화도 시네마서비스의 배급망을 통하지 않으면 흥행이 힘든 상황이다.

한때 15%까지 급락했던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작년 40%선에 육박한 데는 시네마서비스의 조직적이며 강력한 배급력이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규 영화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봉쇄할 정도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문제다.

원론적으로 말해 시네마서비스의 대표인 강우석은 불공정 독과점 사업자다.

요즘 한국영화는 강우석의 문화적 취향과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48년 미국 대법원은 제작-배급-상영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할리우드의 메이저사들에게 제작-배급이나 상영 부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유명한 '반독점 판결' 을 내렸다.

시네마서비스의 독과점적 지배력이 시장 참여자의 기회를 막고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할 정도라면 엄중한 관찰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한편 기획자 출신인 차승재는 93년 우노필름을 설립해 〈돈을 갖고 튀어라〉,〈8월의 크리스마스〉등 1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야심찬 사업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벤처 투자사와 인터넷 회사 등과 1백10억원 규모의 영화 펀드를 만들고 최고 운영위원으로 취임했다. 여기까지 필자는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요즘 그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 최근 스타급 연기자를 확보하고 있는 EBM 기획과 손잡고 박신양.전도연 등 톱스타를 새로 영입해 초대형 연예 매니지먼트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매니지먼트-제작을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인력 중심적인 독과점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차승재가 제작자이면서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는 건 한 사건의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변호하는 모순된 역할과 같다. 따라서 차승재의 독과점 전략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할리우드처럼 제작 편수가 많고 작품이 다양한 곳에서도 매니지먼트와 제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없다.

하물며 작품 수도 적고 다양성도 낮은 한국에서 이런 독과점 전략은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1백년간 영화산업의 역사는 독과점 업자와 이를 파괴하려는 독립영화업자의 대결로 점철돼 왔다.

콘텐츠만으로는 독과점 구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매니지먼트나 극장업에 진출한다.

이것은 처음에는 멋진 사업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객이 힘을 행사하지 못하는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는 결국 행정과 사법 권력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래서 결국 미디어 산업의 제왕은 신화로 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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