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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매각, MB정권선 사실상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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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석동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무산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7일 마감된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MBK파트너스 한 곳만 응찰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9일 우리금융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PEF) 세 곳 중 보고펀드와 티스톤은 예비입찰에 불참했다. 실사와 본입찰 등 앞으로의 매각 과정이 진행되려면 예비입찰에 최소 두 곳이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해야 한다.

 이날 입찰에 응한 MBK파트너스는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새마을금고연합회와 골드만삭스(6000억원), 부산은행(5000억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자금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해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 논란을 사전에 예방했다”며 “경영능력과 전략 역시 탄탄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내보였던 티스톤은 막판에 포기했다. 티스톤 관계자는 “4조원대의 인수자금을 조달했고 상당수 투자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자는 입장이었다”면서도 “인수자금의 해외 조달 비중이 높아 PEF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보고펀드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찌감치 예비입찰 불참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자위 안팎에선 애초부터 PEF만이 참여한 인수구도론 원활한 매각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와 정치권, 국민 여론이 모두 PEF의 은행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우리금융 주가 급락으로 정부 보유 지분(56.97%)의 가치가 1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바람에 ‘헐값 매각’ 논란이 커진 것도 부담이 됐다.

 지난해에 이은 매각 무산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공자위가 우리금융 매각 재개를 선언한 5월부터 “이번엔 꼭 해야 한다”고 매각 성공을 다짐해왔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10년 이상 지연되면서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또다시 3년을 허송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 매각이 실패하면 새 정권에서 매각 원칙을 새로 정하고 절차를 밟는 데 그만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도 이날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정책 추진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권에선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아직 예비입찰을 ‘실패’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공자위는 이날 “1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입찰 진행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재개 때부터 “유효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매각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공자위가 내놓을 뾰족한 새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인 금융지주사들은 우리금융 인수 때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한다는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에 발이 묶여 있다. 이 규정을 50%나 30%로 완화하려던 시도는 “산은지주를 위한 특혜”라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좌절됐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내놓은 국민주 방안도 관련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해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전문가와 시장도 대부분을 국민주로 매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해 그 이익을 국민에 돌린다고 말하지만 주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일부에 그친다”고 말했다.

 어차피 매각이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운 금융연구원 실장은 “현재 증시가 나빠 당장 민영화는 힘들다. 다음 달 공자위가 새로 꾸려지면 다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200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정부의 지배적 지분을 3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잇따른 매각 지연과 실패로 시한이 2004년, 2010년으로 미뤄져 왔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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