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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거래 70%, 중소형주에 베팅…깡통계좌 우려 키우는 개인투자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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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흔히 “절대 남의 돈으로는 주식에 손대지 말라”고 말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주가가 오르내리는 증시의 특성상 빚을 내 투자했다가는 자칫 주가 손실도 보고 이자도 물어야 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최근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이런 상식적인 ‘충고’를 떠올리는 이가 적잖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결제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코스피 시장(4조1117억원)과 코스닥 시장(1조2436억원)을 합쳐 5조3553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5월 2일(6조9128억원)에 비해서는 1조5575억이나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2200을 넘어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며 활황이던 때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심리가 그만큼 크게 얼어붙었다는 걸 반영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또다시 반전했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장이 열린 16일 기준으로 신용융자 잔액은 12일보다 96억원 늘어난 5조364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지난 10일 코스피지수가 소폭 반등한 뒤 증시가 상승할 기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문제는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대형주보다 변동성이 큰 중형주와 소형주에 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16일 신용융자로 주식에 투자한 경우를 주식 수 기준으로 보면 소형주에 투자한 비율이 42.8%로 가장 높았다. 중·소형주를 합한 비율은 69.5%로 대형주(30.5%)보다 월등히 높았다. 신용 위험과 변동성 위험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주가가 크게 오르기 어려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투자자의 기대와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대개 한 번에 확 당겨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융자로 투자된 주식 수의 증가율 또한 대부분 중·소형주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증시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기 전인 9일과 16일 비교했을 때 코스피 시가총액 600위 안팎의 SG충남방적은 신용융자로 투자한 규모가 6700% 폭증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92% 급증했다는 소식이 증시에 미리 알려지면서 투자자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420위권인 S&T모터스는 같은 기간 신용융자 투자가 248.13% 늘었다. 최평규 S&T그룹 회장이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고교·대학 동문이란 게 이 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을 키워서다.

 대다수 전문가는 “신용융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장이 좋을 때는 돈을 빌려 투자해 얻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하는 게 확실히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지금의 장은 불확실성이 커 안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느 종목을 고르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간 싸움에서 견뎌야 한다”며 “만기 압박을 견디면서 투자를 잘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신용융자 만기는 90일을 기준으로 증권사에 따라 30일 정도의 가감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6일부터 “시장 건전성 확보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신용융자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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