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하 취급, 밥도 서서 먹었다"

미주중앙

입력

최근 기자와 만난 남미 출신 로잔나씨가 한인 업소에서 받았던 부당 대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민생활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들다. 자라왔던 환경과 다른 곳에서 문화, 언어 차이를 극복하며 사는 게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의 미국 이민이 본격화 된 70년대를 지나 이제는 미주 한인사회도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 성공한 1세와 1.5세, 한국의 뿌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2세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아직도 삶이 어려운 이민자들이 많다. 일부 한인 등 악덕 업주 밑에서 고통받는 라티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상><중><하>로 나눠 워싱턴 지역 한인사회와 라티노 커뮤니티의 관계를 조명해본다.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대하는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슬펐습니다.”

 두살짜리 딸 아이를 둔 엘살바도르 출신 로잔나(가명·28·VA 애난데일 거주)씨. 지난 2007년 미국에 온 그는 올해 처음으로 ‘이민살이의 혹독함’을 겪었다. 애난데일에 위치한 한 한식당에서 일하면서 부터다.

 로잔나씨는 이 식당에서 매일 12시간씩 주 6일 동안 일하며 주급으로 350달러를 받았다. 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하루에 최고 5달러. 모두 합해도 주급이 380달러 꼴이었다. 시간당으로 치면 5달러가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낮은 급여보다 더 힘든 건 자신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업주와 그 관계자들이었다. 12시간이나 되는 긴 근무시간 중 점심을 먹는데 허락된 시간은 10~15분 정도였지만 그나마도 쉴 수 없었다. 의자에 앉지 못하고 서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쉬는 모습을 보이면 고함을 지르기 일쑤, 심지어 화장실에 가면 문을 두드리며
‘너 뭐하냐, 빨리 나와라!’고 닥달했다. 쉬는 시간은 오후에 5분 정도가 전부였다.

 “저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식당 주방에는 라티노 종업원들이 몇명 더 있었는데 다들 그냥 참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로잔나씨가 이 업소를 찾아가게 된 것은 원래의 직장에서 영주권 신청을 하던 중 문제가 생겨서다. 4년간 일했던 업체에서 성실한 직원으로 인정도 받았지만 서류상의 문제로 갑작스레 그곳을 떠나야 했다. 생활이 빠듯한 마당에 그냥 쉴 수도 없어 집에서 가까운 한식당에 다닌 것이 자신을 그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결국은 3주 만에 일을 그만뒀다. 서류미비자라, 라티노라, 영어를 잘 못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이날 통역을 도와준 마리아(가명)씨는 “(로잔나가) 말도 안되는 대우를 받았다. 우리도 똑같은 인간으로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며 분개했다. 그는 “유난히 한인이나 인도계, 베트남계 사람들이 (라티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잔나씨는 나중에 영어를 꼭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돈도, 시간도 없어 쉽지 않지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꼭 영어를 배우겠다고 말이다.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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