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글의 모토로라, 도전 받는 IT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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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경제에서 정보기술(IT) 제조업의 위상은 대단하다. 최근 10년간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20%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30%나 됐다. IT제조업이 없었다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2%가 아닌, 4%대 초반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IT제조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어 매우 걱정된다.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에 대한 글로벌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다. 이러다가 자칫 큰 위기라도 닥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애플의 특허 공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갤럭시탭의 유럽연합(EU) 시장 수출이 막힐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애플만 해도 버거운 판에 MS와 오라클 등도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허전쟁에 가세했다. 반도체와 LCD 공세도 대단하다. 인텔과 일본 엘피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한국 잡기’에 나섰다.

 이런 터에 영원한 우군(友軍)으로 생각됐던 구글마저 엊그제 모토로라를 인수합병(M&A)했다. 아직은 삼성과 LG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명치 않다. 애플과의 전쟁에 큰 원군이 될 수 있기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가뜩이나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이 혼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특별대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삼성과 LG가 찬밥 신세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모토로라가 없던 구글과 지금의 구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견고하던 안드로이드 진영에 분열이 생기면서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지금은 애플이 적군(敵軍)이지만 내일은 구글이 적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IT제조업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려면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졸면 죽는다는 건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의 영원한 철칙이다. 이번에 인수된 모토로라가 그렇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휴대폰업계의 최강자였다. 핀란드의 노키아와 함께 세계시장을 양분했던 기업이었다. 1928년 창업된 미국 통신장비의 산증인이자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모토로라가 구글에 인수되리라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국내 기업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잘나갔기 때문에 혹여 자만심은 없었는지, 대비를 소홀히 하진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숱한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아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섰기에 이번의 위기도 잘 극복해낼 것이라 믿는다. 그렇더라도 경각심을 일깨우며 기업의 안팎을 전면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M&A의 또 하나의 교훈은 IT에선 소프트웨어가 최고라는 점이다. 제조업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IT업계를 좌우하는 건 역시 구글과 애플이라는 게 재삼 확인됐다. 그렇다면 우리도 낙후된 소프트웨어를 육성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