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청사진' 눈앞

중앙일보

입력

50개국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는 인간게놈 해독 국제콘소시엄인 인간게놈계획(HGP) 과 경쟁을 벌여온 민간유전공학회사 셀레라 제노믹스가 한 인간의 유전자들을 구성하고 있는 화학암호 전체를 해독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간의 세포 하나하나 마다 들어있는 10만여개의 유전자와 이 유전자들을 구성하고 있는 30억개의 화학암호 즉 염기쌍의 명단 작성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뜻이다.

조각그림 맞추기 장난감에 비유한다면 현단계는 인간이라는 그림을 짜맞출 유전자라는 이름의 그림조각들이 하나하나 확인되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이 조각들을 제자리에 갖다 맞추는 중요한 조립작업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래야만 그림조각 즉 유전자 하나하나가 어디에 쓰이고 또 어떤 기능을 갖는것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HGP에 참여하고 있다가 떨어저 나와 작년 9월 독자적으로 셀레라 제노믹스를 설립한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이 조립작업이 앞으로 3-6주면 완료되어 사상최초의 인간''청사진''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조립작업은 유전자 하나하나의 정체와 그 역할, 그리고 유전자들간의 상호작용(예를 들어 암 발생에는 3개의 유전자가 개입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을 밝혀내는 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이 작업과정에서는 또 어떤 유전자가 사람마다 눈의 색깔을 다르게 만드는지 그리고 특정질환에 잘 걸리게 하는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 등이 규명된다.

그래서 셀레라 제노믹스 연구팀은 인종이 각각 다른 5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이러한 유전자 조립작업을 되풀이 할 계획이다. 이는 반복작업을 통해 실수를 방지하고 또 사람 개개인이 서로 차이가 나게 만드는 변이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결과는 특히 제약업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개인에 따라알맞는 맞춤 약을 만들어내고 또 개인에게 알맞는 단위를 정해 약을 투여하면 치료효과가 크게 개선되는 반면 부작용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인간게놈 해독작업을 HGP보다 9년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HGP를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자매회사인 퍼킨 엘머사가 개발한 초고속 컴퓨터 덕분이다. 일부 소식통들은 퍼킨 엘머사가 이 초고속 컴퓨터의 판매를 지연시킴으로써 셀레라가 HGP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 게놈의 완전 해독은 앞으로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학자들이 우성 인간을 만들려고 시도할 우려가 있다. 또 개인기업들은 장차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기피하거나 차별대우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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