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 '거품' 논란] 일본-잘나가던 벤처주 줄줄이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일본의 인터넷 벤처기업 주가도 예외가 아니다.

5일 도쿄(東京)증권거래소에서 손정의(孫正義)사장의 소프트뱅크 주가는 8만1천5백엔에 거래돼 20만엔에 육박하던 지난 2월 중순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히카리(光)통신의 주가도 7만8천8백엔을 기록, 2개월 새 3분의 1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그뿐 아니다. 벤처기업 주식 전문 거래소인 마더스에 상장돼 있는 기업의 주가도 지난 3월 초 이후 일제히 하락곡선을 긋고 있다.

마더스의 제1호 상장업체인 인터넷총합연구소는 연초에 주가가 공모가의 7배인 7천7백41만엔으로 올랐으나 지금은 2천6백50만엔으로 밀려나 있다.

그것도 이번주 들어 사자 주문이 끊긴 채 팔자 주문만 넘쳐나고 있는 상태다.

리퀴드 오디오 재팬도 1천2백21만엔에서 3백20만엔으로, 메쓰는 2천3백11만엔에서 2백80만엔으로 각각 하락했다.

1천5백20만엔에서 9백99만엔으로 떨어진 사이버 에이젠트나 3천2백80만엔에서 2천6백만@막?떨어진 크레이피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잇따라 매물을 내놓는 바람에 나타난 일시 조정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또 소프트뱅크와 히카리통신은 해외투자자 및 언론들의 비판이나 세금문제를 둘러싼 루머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도 계속 주가가 밀리자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벤처기업들의 중간결산 결과 상당수가 적자로 판명되자 이들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리퀴드 오디오 재팬은 최근 중간결산을 한 결과 지난해 3억엔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벤처기업 주식을 공모할 때 사두면 무조건 돈 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며 "인터넷 기업을 대하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욱 냉정해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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