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주민투표 올인 … 대선 불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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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주민투표 입장을 밝히는 오 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24일 실시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 측근은 11일 “주민투표가 대선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불출마 선언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도 이날 주민투표 이후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주민투표의 순수성을 헐뜯음으로써 이익을 보는 집단이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주민투표에 올인해 시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며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주민투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12일 기자회견에서는 주민투표일까지의 계획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발표 내용은) 밤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낮 한나라당 주최 대학생 특강을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거취 문제에 대한 발표가 임박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투표 전에 입장을 표명하고 투표에 임하겠다. 아무 소리도 않고 그냥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에 패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냐는 질문엔 “투표가 이제 2주 남짓 남았기 때문에 고민이 길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건다면 투표율이 5%포인트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며 “다만 내가 직을 걸면 앞으로 주민투표를 하는 지자체장도 그렇게 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서울시당에 ‘복지 포퓰리즘 반대 특위’를 구성하고 오 시장 지원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투표 성립요건인 투표율 33.3%만 넘기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주민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데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

 그러나 친박근혜계가 주민투표에 소극적인 자세여서 투표율 목표 달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오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할 경우 친박근혜계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거는 것에 대해서는 당내엔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만에 하나라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태가 생긴다면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당으로선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 시장의 거취 표명이 보수층을 자극해 투표율을 끌어올릴 여지를 경계하고 있다. 이용섭 대변인은 “182억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한 오 시장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쓴다면 시장의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김정하·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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