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 회장 일문 일답]

중앙일보

입력

정몽헌 현대 회장은 31일 현대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업무 조정 등에만 간여하고 계열사 경영은 최고경영진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지난 26일 정몽구 회장측이 제시했던 정 명예회장의 친필 서명의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 지난 인사 파동을 실무진의 혼선으로 돌렸다.

다음은 정회장의 기자회견 내용.

-- 현대를 대표하는 회장이라도 건설, 전자 경영에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이사,주주 권리만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정 회장은 현대상선 대주주이고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대주주다. 현실적으로 회장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 독자 경영이 가능하겠는가

▲제가 현대건설과 전자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회장이다. 경영인으로서, 이사회의장으로서 책임과 권리를 다할 것이다. 상선 지분을 갖고 있고 자유시장이 존속하는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에 상선 이사회 의장을 사임했다. 이는지금 최고경영진이 충분히 자율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으로 모든 것을 끌어갈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영자협의회가 해체되면 수많은 계열사간 업무 조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현대에서 계열분리됐지만 아직도 분리 대상이 남아있고 구조조정 작업도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계열 회사간 업무조조정과협력이 필요하다. 또 외부적으로 현대를 대표할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제가회의를 맡아서 수행하고 있다. 이미 말했듯이 경영자협의회에서 나온 것이 최종 결정 사항이 아니고 권장사항일 뿐이며 최종 결정은 해당사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정몽구 회장과 관계 개선 방안은

▲이번 사건에서 어떻게 비춰졌는지 모르겠으나 정몽구 회장과 제가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또 그 전부터 모든 것을 긴밀히 협조해왔다. 정몽구 회장은 집안 장자로서 제 형님이고 사업적으로는 계열분리가 되더라도 자동차 대표로서 서로 많은 협력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공식 직함이 경영자협의회 회장이었는데 해체후 어떻게 그룹 회장직을 유지시킬 것인가

▲명칭에 대해서는 어떤 게 마땅한지 말을 못하겠다. 그러나 명칭이 중요한게 아니고 기능이 중요하다. 기능은 계열사간 업무 조정과 협의다.

--구조조정본부 해체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는데

▲아직 유화, 항공, 철도차량 등 구조조정이 덜 매듭지어졌고 자동차 계열분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1차 구조조정을 마치는대로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겠다.

--현대 금융계열사 경영권은 어떻게 정리되나

▲증권 등 금융부문 경영권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 현대증권 또는 현대생명의 경영권은 주주 현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권한을 갖는다. 경영권 갈등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 없을 것이다.

--이번 인사파동때도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종 인준을 했는데 앞으로 정 명예회장의 역할과 지분 처리는 어떻게 되나

▲정 명예회장은 는 각사의 주주로서 역할을 해왔다. 정 명예회장이 인사에 직접 간여한 것으로 비쳐졌으나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명예회장은 많은 연륜을 가진창업자로서 조언해 왔으며 그런 한도내에서 관여했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에 대해서는 현대내 어느 누구도 언급할 수 없고 지금 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커다란 실례라고 생각한다.

--경영자협의회가 해체된 상태에서 회장이 계열사 업무에 직접 간여하면 오히려권한이 커지는 것 아닌가

▲소그룹 계열분리 등을 위한 업무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 여기서 나온 의견은 법적 근거는 없고 의견 개진일 뿐이다. 최종 결정은 각 기업 최고경영진이나 이사회서 한다.

--대우차 인수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은 있는지

▲대우차 인수에 관한 사항은 내가 말할 위치도 아니고 자격도 없다. 6월 이전에 분리되는 현대차에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다.

--경영자협의회 해체는 곧 사장단 회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냐. 회장으로서 계열사간 업무조정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구조조정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경영자협의회 해체와 상관없이 계열사간조정 및 협력할 사안이 있을 것이다. 그런 논의를 위해서 명칭이 무엇이 되든 관련사간 회의는 계속 될 것이다.

--지난 26일 이후 정몽구 회장 만난적 있나, 정몽구 회장측이 제시했던 친필 서명의 진위 여부는

▲(정 명예회장에게) 묻지는 않았으나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발표이후 정명예회장, 정몽구 회장, 본인 모두 (협력하며 경영한다는데) 일관된 생각을 가져왔고 계속확인을 해왔다. 정몽구 회장도 지난 3월초 출장을 가기전에 본인과 만나 앞으로도서로 모든 것을 협력해서 하자고 말했다. 그런 정황으로 볼 때 이번 문제는 실무자들의 혼선으로 야기된 것으로 본다.

--이번 일과 관련, 후속 문책 인사도 있나

▲전적으로 해당사가 결정할 일이며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기자 se@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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