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통예술 국내 공연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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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특한 공연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노(能) 와 니혼부요(日本舞踊) 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전통문화 공연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만도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28~29일 '한일문화교류제' 를 열고 일본 민요 등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도예와 분재.다도 등 일본의 생활문화까지 폭넓게 소개한 데 이어, 국립국악원과 예술의전당에서 일본 전통예술의 맥을 보여주는 공연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런 일본 전통문화의 활발한 유입은 월드컵 공동개최와 일본문화 전면 개방을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느라 일본 쪽에서 적극 마련한 것이다.

지금까지 연극제나 무용제 등 국제행사에서 일본 전통문화 장르들이 단편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소규모에 그쳤고, 그나마 일반인들이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일본문화라고 하면 대부분 저질 상업문화만 연상하는 한국인들에게 깊이 있는 일본 전통예술을 선보이려는 뜻이다.

이런 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3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일본의 궁중음악인 '일본의 아악(雅樂) ' 공연.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과 서울대 동양음악연구소가 함께 마련하는 '일본의 아악공연 및 워크숍' 은 공연 외에 일본 악기와 복식을 소개하는 워크숍 등도 함께 열어 공연 전반에 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번에 초청된 단체는 일본 아악의 맥을 잇고 있는 일본 아악회. 1979년 방한한 적이 있으나 대중 앞에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30~3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는 한국무용가 채향순씨가 이끄는 대전시립무용단과 일본 타악그룹 고도(鼓童) 가 함께 펼치는 '태동, 그 큰 울림으로' 이 선을 보인다.

북소리 하나로 세계를 사로잡은 '고도' 와의 합동공연은 자연스런 양국 전통문화의 결합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편견의 벽을 넘어서려는 뜻이 담겨있다.

일본 전통 북소리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하는 고도는 지난 81년 베를린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무대에 처음 데뷔한 후 95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초청공연을 가질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근래 늘어나는 일본 전통문화 공연에 대해 공연관계자들은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을 앞둔 포석" 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양국 전통문화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 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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