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감독의 '썸머 오브 샘'

중앙일보

입력

1970년대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샘의 아들' 사건은 뉴욕에서 최초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이다.

'연쇄살인마 Serial Killer' 라는 신조어가 이 사건에서 태어났을 정도다.

자칭 '샘의 아들' 이라는 이 살인마는 개가 유난히 짖어대는 밤, 44구경 매그넘 권총을 이용해 카섹스를 하는 젊은 연인들, 갈색머리의 백인 미녀만을 골라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는 '첫 살인 1주년' 을 기념(□)해 경찰과 매스컴에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까지 보내는 대담성을 보였다.

결국 사건 발생 1년1개월만에 경찰에 검거됨으로써 '샘의 아들' 사건은 막을 내린다.

사건 당시 뉴욕에 살고 있었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재현했다.

〈썸머 오브 샘〉 은 스릴러 영화가 갖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대신 흥겨운 음악과 신나는 춤, 화려한 영상의 옷을 입고 있다.

첫 살인 장면에서 아바의 '페르난도' 가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등 70년대에 히트한 팝들이 계속 등장한다.

이들 사이사이에 잔인한 살인 장면을 갑작스럽게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효과를 노리는'충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건이 계속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살인이 예고된 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약탈과 테러 '24시간의 보이지 않는 테러' 가 자행되는 대도시의 혼돈의 모습도 담아낸다.

〈똑바로 살아라〉 의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는 마약과 펑크 록.디스코.신경증적인 편견이 난무하는 뉴욕의 밤거리와 성적 쾌락을 추구하면서 광란의 세계에 몰입하는 인간들의 행태는 곧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티 아프로디테〉 의 미라 소르비노와 〈로미오와 줄리엣〉 의 존 레귀자모는 밤마다 성적인 쾌락을 즐기는 이상한 부부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살인 현장을 목격한 후 공포에 떨며 과거의 생활을 '회개' 한다.

그러나 이런 뉘우침이 번번히 실패하는 걸 보여주면서 〈썸머 오브 샘〉 은 인간이란 결국 환경의 산물이며 인간의 죄악마저도 그렇다고 강조한다.

내달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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