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주가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되면서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27일 주식시장에서는 현대그룹 상장 계열사 22개 중 6개만 올랐을 뿐 나머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계열사별로는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리한 정몽헌 회장측 계열사는 강세를 보인 종목이 일부 있었으나 몽구회장측 계열사는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됐던 현대증권의 주가는 배당투자를 위한 선취매에다 이익치 회장의 복귀에 따른 기대감이 겹치면서 상한가까지 뛰어 올랐다.

또 몽헌 회장측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상선.현대해상의 주가도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유지했다.

다만 현대전자는 최근 반도체 관련주의 급등에 따른 경계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약세로 반전됐다.

한편 몽구회장 계열의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정공은 하락세이거나 제자리 걸음을 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한 비판여론이 앞으로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D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경영 투명성을 중시한다" 며 "이번 사태로 외국인들이 현대 계열사 주식을 외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지적했다.

H증권 펀드매니저도 "경영권 분쟁은 서둘러 봉합했지만 현대그룹이 족벌경영 체제를 개혁하라는 정부와 여론의 압력은 지금부터가 시작" 이라며 "현대그룹은 또 한차례 구조조정의 태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주장했다.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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