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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집안분위기 긴장감 돌아

중앙일보

입력

23일 청운동 옛집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가회동 시대를 새로 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집들이'는 최근 형제 회장간의 인사내분을 반영이라도 하듯 무거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 명예회장이 동생, 아들, 조카 등 30여명에 이르는 대식구를 소집한 것은 정초나 생일잔치 외에는 전례가 드문 일이어서 '왕회장' 댁으로 향하는 이들은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굳은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특히 인사파동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정몽헌 회장이 해외에 나가있는데다 정 명예회장이 이날 후계구도와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흘러 나오면서 가회동 자택 주변은 긴장감까지 도는듯 했다.

이날 부부동반으로 모임에 참석한 정씨 가족은 모두 30여명.

정 명예회장의 동생들인 '영'자 항렬에서는 현재 와병중인 세째동생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을 제외하고 첫째동생 정인영 한라그룹명예회장, 둘째동생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 여섯째 동생 정상영 KCC 회장이 참석했다. 사망한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씨의 부인과 매제 김영주 한국프렌지회장 부부도 가회동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몽'자 항렬인 정 명예회장의 자녀 7남1녀중 해외출장중인 정몽헌 현대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을 빼놓고 사실상 장남인 정몽구 현대회장, 세째아들 정몽근 금강개발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고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등 나머지는 모두 참석했다. 정몽원(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회장과 정몽혁(정주영 회장의 다섯째 동생인고 정신영씨 아들)등 조카들도 유학 또는 출장이 아니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가족들은 이날 교통편으로 모두 현대 에쿠스를 이용해 눈길을 끌었으며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자택앞에 도착하자마자 사진 기자단이 촬영 공세를 피해 도망치듯이 서둘러 현관에 들어섰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청운동 자택을 물려받은 정몽구 회장만은 기아 엔터프라이즈로 현관앞에 도착, 차창을 반쯤 연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여 대조를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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