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새 천년 전망 4 - 신인왕 각축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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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은 모든 선수들의 인생에서 단 한번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선망의 훈장이다.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한 각종 개인 타이틀은 언제든지 실력만 향상되면 탈 수 있지만 신인왕은 데뷔 첫 해에만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신인왕은 또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난 해 홍성흔(두산)을 비롯해 97년 이병규(LG), 96년 박재홍(현대), 93년 양준혁(해태), 90년 김동수(삼성) 등이 신인왕을 거쳐 각 팀 간판선수로 성장했다.

새천년 첫 신인왕에 도전하는 올 프로야구 새내기들은 총 94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허덕였던 지난 해 신인 43명보다 배이상 많을 뿐만아니라 프로야구 사상 가장 많은 숫자라 경쟁 또한 치열하다.

포지션별로는 투수가 47명으로 절반이 넘고 포수는 9명, 내야수 23명, 외야수 15명이다.

팀별로는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한화가 9명을 뽑아 `젊은 피' 수혈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두산은 4명의 신인과 입단 계약을 맺는데 그쳤다.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야구에 첫 발을 디딘 올 해 신인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걸출한 기량을 지닌 초대어보다는 실전 투입이 가능한 알짜가 많다는 것이다.

또 타자보다는 투수쪽에 유망주들이 많아 신인왕도 마운드에서 탄생할 가능성이높다.

새내기들의 기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경헌호(LG)와 이용훈(삼성), 조규수(한화), 문상호(두산), 이승호(SK), 마일영(현대)등 투수들이 기량을 인정받아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계약금 3억9천900만원으로 최고액 신인인 경헌호는 지난 해까지 아마야구 최고투수로 평가받았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드림팀' 멤버로 활약했고 지난 해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프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용훈은 시범경기에서 다소 기복을 보였지만 삼성 마운드의 `차세대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이용훈은 시속 148㎞의 강속구를 지니고 있어 새내기 투수중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고 슬라이더도 일품이다.

조규수와 문상호, 이승호, 장준관, 마일영 등 고졸 투수들은 페넌트레이스가 진행되면서 실력이 점차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선 선배들에 비해 경험이나 기량이 떨어지지만 92년 염종석(롯데), 98년김수경(현대) 처럼 `깜짝 스타'로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타자 중에서는 전근표(현대)와 이범호(한화), 남기헌, 김주찬(이상 삼성), 김상훈(해태) 등이 유망주다.

그러나 등판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지는 투수들에 비해 신인 타자들은 층층이 포진한 선배들을 뚫고 주전자리를 꿰차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자들의 경우 한 번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국내프로야구는 지난 수년간 `타고 투저' 현상을 겪고 있지만 올 해 새내기들의 기량은 `투고 타저'로 나타나 신인왕 역시 투수쪽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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