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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방문에 속 끓는 미주 한인들

미주중앙

입력

팔로스버디스에 거주하는 원모씨는 지난 주 한국에 사는 친구가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온다는 전화를 받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원씨의 쌍둥이 아들이 지난해 친구 아들이 다녀간 뒤로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원씨는 "한국말이 익숙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친구 아들이 다녀간 후로 한국말로 욕을 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나이 차이도 별로 없는데 아이들이 노는 방식이 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요바린다에 거주하는 이모씨도 원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한국에서 온 친구 딸과 같이 있으면 항상 기가 죽어 만나기 꺼려진다"며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어른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배우게 될까봐 친구에게 올해는 집에서 함께 지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 영어교육 등을 목적으로 한 친척이나 친지들의 미국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또래의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자녀를 동반한 방문은 그리 달갑지 않다는 게 요즘 현실이다.

LA한인타운에 있는 한 한인교회 주일학교 교사는 "물론 이곳 아이들보다 더 순진한 한국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잠깐 온 아이들은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과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차이가 있다"며 "한국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나이보다 더 성숙한 경우가 많고 관심사도 달라 함께 지도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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